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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천막 휘감은 ‘철근 누락’ LH아파트…“불안한데 아무 안내 없어”

등록 2023-08-01 09:29수정 2023-08-02 11:56

31일 밤,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로 발표한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색 보수 작업’을 한다며 쳐진 천막 안 기둥에 철제 기둥이 받쳐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주민 설명회에서 사실은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천막을 쳤다고 밝혔다고 한다. 고병찬 기자
31일 밤,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로 발표한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색 보수 작업’을 한다며 쳐진 천막 안 기둥에 철제 기둥이 받쳐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주민 설명회에서 사실은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천막을 쳤다고 밝혔다고 한다. 고병찬 기자

“입주할 때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저는 저층에 살아서 덜한 거 같은데, 고층에 사는 분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여기저기서 주민들이 ‘철근’ 말씀을 하시네요.”

31일 밤 경기 파주시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권아무개(27)씨는 막 주차를 끝낸 뒤 이렇게 말했다. 1년 전 이곳에 입주했다는 권씨는 이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시공 과정에서 무량판 기둥 331개소 중에서 12개소에 철근이 미흡하게 들어갔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당황했다고 했다.

권씨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오늘 이와 관련한 주민설명회가 개최된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해결책을 빨리 마련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15곳의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권씨처럼 이미 입주를 마친 아파트(9개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한겨레가 찾아간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주차장엔 일부 기둥이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천막 안 기둥에는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철제 기둥들이 설치돼 있었다. 해당 천막 앞에는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엘에이치는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진행한 ‘지하주차장 관련 설명회’에서 해당 천막이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31일 밤,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로 발표한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색 보수 작업’을 한다며 천막이 쳐져 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주민 설명회에서 사실은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천막을 쳤다고 밝혔다고 한다. 고병찬 기자.
31일 밤,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로 발표한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색 보수 작업’을 한다며 천막이 쳐져 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주민 설명회에서 사실은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천막을 쳤다고 밝혔다고 한다. 고병찬 기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1448세대 규모의 해당 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8월26일 입주를 시작했다. 이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30대 부부는 “기사를 통해 철근 누락 사실을 접했다. 안전에 관한 문제인데, 따로 주민들에게 안내도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며 “주민들이 단톡방을 조직해 따로 대응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파트 주민 20대 ㄱ씨는 “천막을 쳐 놓은 건 3주 정도 됐는데, 철근 때문에 쳐놓았는지 몰랐다. 심하게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해 4월에 입주한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단지는 무량판 방식의 302개 기둥 중 무려 126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해 4월에 입주한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단지는 무량판 방식의 302개 기둥 중 무려 126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온라인에서도 해당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인 사람들의 불안은 이어졌다. 이날 80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국민 공공 민간 임대 아파트 들어가기’를 보면, ‘철근누락 아파트 당첨이라 아파트 다른 데 알아보고 있다’, ‘입주 예정인데, 엘에이치(아파트) 들어가기 겁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당 게시글들에는 ‘너무 불안하다’, ‘정말 무섭다’, ‘구축 엘에이치(아파트)들은 괜찮은 거냐’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엘에이치는 이날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곳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신속한 보강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6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강공사를 끝내고, 정밀안전진단 중인 6개 단지는 9월말까지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보완공사 범위가 크지 않은 3개 단지는 최근 공사를 완료했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철근 누락이) 단순히 시공사의 설계사, 감리사의 문제는 아닌 건설 시스템의 구조상 문제라고 판단한다”며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엘에이치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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