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6일 현충일에 서울 동작구 국립묘지가 참배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무공훈장까지 받은 6·25전쟁 참전용사라고 해도 사면·복권되지 않은 징역형 전과가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6·25전쟁 참전용사인 ㄱ씨의 유족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낸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 처분 취소 청구를 지난 5월 기각했다. ㄱ씨는 18살에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1961년 전상군경 상이등급 2급을 받았다. 전쟁 중이던 1950년에는 무공훈장을, 1976년에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ㄱ씨의 유족은 그가 사망하자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했지만,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2022년 4월 이를 거부했다. ㄱ씨의 오래전 범죄 전력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ㄱ씨의 유족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ㄱ씨의 전과는 지금으로부터 64년 전 일이다. ㄱ씨는 1959년 상해·업무상횡령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1961년에는 업무상배임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유족은 1959년 사건은 ㄱ씨가 대한상이용사회 분회장으로서 대한군경원호회 지회의 회비를 분회 운영비로 사용했던 것이고, 1961년 사건 역시 사단법인 청산 절차 중 회계 정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우발적이거나 생계형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사면·복권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저히 객관성이 없거나 불합리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립묘지 안장대상임의위원회 운영규정’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명예훼손 여부를 심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과실의 경중, 우발적 행위, 생계형 범죄, 피해구제 노력 여부, 사면 또는 복권 여부 등이 심의 기준이다. ㄱ씨 유족의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