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마약 사범 1만316명 검거…지난해보다 64% 늘어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5개월 결과

지난 2021년 10월21일 판매책 ㄱ씨가 해외메신저 ‘위커’를 이용해 마약류 구매자와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였던 ㄱ(29·구속)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코카인 등 4종 이상의 마약류를 다크웹 등을 통해 판매하는 ‘마약상’이 됐다. 같은 해 2월 유럽 현지에서 다크웹으로 마약류를 사들여 이를 여행 가방에 넣어 직접 공항으로 들고 들어온 이후부터였다. ㄱ씨는 경찰에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약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마약류 범죄 척결을 위해 경찰이 지난 3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상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실시한 가운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다크웹이나 해외메신저, 가상자산을 악용하여 마약류를 불법 유통한 피의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사범 총 31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판매자 ㄱ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마약류 8종 도합 1.2㎏과 가상자산(암호화폐)·현금 등 범죄수익 약 1억50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지난 2021년 10월21일 경찰이 판매책 ㄱ씨의 서울 주거지에서 압수한 엘에스디(LSD).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이번에 검거된 주요 판매상 6명은 대마 흡연으로 한 차례 벌금형을 받은 1명을 제외하곤 마약 범죄경력이 없고, 식당 운영자·주류 도매업체 근무자·음식 배달 기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 사이 다크웹 또는 해외메신저로 구매자를 모집해 가상자산 등을 받고 ‘던지기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마약류를 해외에서 직접 매수해 국내에 들여오거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선으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했다.

아울러 경찰은 마약류 매수·투약자 302명도 검거했다. 회사원인 ㄴ(40·구속)씨는 대마 매수자로 수사가 개시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고, 허가받은 대마 재배지 운영자에게 접근해 자녀 치료에 필요하다며 대마초를 무상 수수 후 흡연하기도 했다. 음향기사였던 ㄷ(23·불구속)씨는 대마를 흡연해오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1년간 해외메신저를 통해 구매한 대마를 총 12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판매하는 등 단순 매수·투약이 아닌 판매에까지 손을 뻗쳤다.

지난해 8월22일 경찰이 충청남도 소재 아파트에 주차된 ㄴ씨의 차량에서 압수한 대마초.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은 “마약범죄에서 판매자와 매수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마약범죄가 심각해졌다”며 “대마를 콘셉트로 하는 카페, 주점 운영 등 마약류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는 언어 표현과 마케팅 등은 자칫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경찰청은 ‘상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결과, 5개월간 전국에서 마약류 사범 1만31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54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검거 인원은 63.7%(지난해 같은 기간 6301명), 구속 인원(지난해 같은 기간 801명)은 2배 늘어난 숫자다. 특히 경찰청은 기존 단순 투약 사범 검거 위주 단속에서 탈피해 단속 기간 중 공급 사범 3065명을 검거해 마약류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고병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