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시절 각종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4일 오전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정문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래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한 14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가석방됐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감형)과 최근 이뤄진 법무부의 가석방 지침 개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불가능했던 그의 가석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 가석방의 시발점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원 전 원장의 남은 형기 7년 중 절반을 감형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댓글공작’을 벌인 혐의로 2018년 징역 4년을 확정받은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2021년엔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형량은 줄었지만, 가석방 대상은 될 수 없었다. 기존 형기 산정 방식으로는 형 집행률이 48.5%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은 가석방 조건을 형기의 3분의 1로 규정하지만 실무적으론 형기의 60%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지난 7월 법무부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다’며 가석방 형기 산정 방식을 바꿨다. 예를 들어, 2년·3년형을 차례대로 확정받은 경우 2년형을 모두 복역하고, 연이어 두번째 범죄로 인한 3년형 중 1년을 복역한 경우(ㄱ)와 두번째 범죄의 3년형을 확정받기 전까지 판결 선고 전 구속(미결구금)으로 6개월을 복역한 뒤 두번째 범죄의 3년형 중 1년을 복역한 경우(ㄴ)를 가정해보면, ㄱ은 형기의 5분의 3(총 5년 중 3년)을 복역한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ㄴ처럼 미결구금이 끼어 있는 경우 앞서 복역한 2년은 형기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미결구금 6개월과 3년형 중 복역한 1년을 더해 형기의 2분의 1(총 3년 중 1년 6개월)을 복역한 것으로 간주됐다. 변경된 계산식에 따라 원 전 원장의 형 집행률은 기존 48.5%에서 70.2%(6년8개월 복역, 형기 9년6개월)로 올랐다.
법무부 설명대로 ‘불합리를 개선’한 것이라 해도 하필 원 전 원장 가석방 검토 직전에 규칙 개정이 이뤄진터라 그의 가석방을 위한 사전 조처가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법무부는 “형평에 반하고 불합리하다는 민원과 지적이 다수 제기돼, 지난 2월부터 티에프(TF)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위한 개선이 아니었다”고 했다.
뇌물죄에 대한 법무부의 이중 잣대도 논란거리다. 법무부는 이날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하면서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뇌물수수’는 ‘사면 제외 범죄’라고 밝혔다. 그러나 8개월 전 특별사면 땐 뇌물수수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원 전 원장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일반형사범 사면 기준과 지난해 원 전 원장이 포함된 특정인 사면은 분류가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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