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숙박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도현 전 베트남 대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16일 부정청탁·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379만여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김 전 대사는 2018년 10월 베트남의 한 골프장 개장 행사에 가족 동반으로 참석하면서 베트남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료와 숙박비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호텔에 3박4일 공짜로 묵으면서 과거 자신이 일하던 삼성전자의 전·현직 임원 숙박도 주선했다.
이 판사는 “주베트남 대사가 사기업 소수와 접촉하는 미팅 자리를 주선하고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을 공직자의 공식적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식 만찬 이외에 3박 4일간의 숙박을 제공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 관련 고충을 처리하려고 베트남 현지 개발회사와 만남을 추진한 것이라고 김 전 대사는 주장했지만, 이 판사는 “만찬 외에 대부분이 골프 라운딩일정이었고 삼성전자가 대사관에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 등이 별도 지위에서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배우자 명의로 항공권이 발권됐다는 사유만으로 금품수수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1993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김 전 대사는 외교부에서 일하다 2012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2017년 11월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4월 주베트남 대사로 발탁됐다. 2019년 3월 정기감사 과정에서 김 전 대사의 비위 혐의를 발견한 외교부는 귀임 조치하고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 전 대사는 해임됐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2022년 8월 벌금 500만원에 김 전 대사를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 등을 통해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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