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전 한국방송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의 실종과 전쟁 위기를 우려하는 원로지식인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입장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원로 지식인들이 최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이 체결된 것과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은 사라지고 전쟁의 위협이 횡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평화의 실종과 전쟁 위기를 우려하는 원로 지식인’은 2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일 군사동맹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일본·한국과 중국·러시아·북한의 관계를 대결 구도로 만들고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의 긴장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미일 정상이 3국 군사동맹으로 일체화시킨 처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3국 관계를 ‘3자 안보협의체’라고 규정했다.
원로 지식인들은 “윤석열 정권은 군사동맹인 3국 안보협의체를 ‘새로운 역사의 시작’ ‘동북아와 세계 평화유지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자평하지만, 이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이고 기만적 행보”라며 “1950년대 초의 냉전 시대에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이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지역군사동맹의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에는 봉사하겠지만 편가름의 진영외교만 있을 뿐 전쟁방지를 위한 예방외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3자 협의공약’에 따라 한미일 3국의 안보공약 범위가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더 나아가서 인도 태평양의 나머지 지역에서 위기 발생 시, 한국은 군사개입이나 지원을 해야 할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북한위협에도 독자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석열 정권은 한국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또 “한국 안에서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굴욕적 친일 성향을 노골화하고 민주화에 적의를 드러낸 윤 정권에 대해 실망과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며 “예상한 대로 윤 정권은 이번 정상회담의 한일 양자회담에서 과거사 문제, 독도 영유권, 동해표기,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등 현안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로 지식인 모임에는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염무웅 문학평론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임재경 한겨레신문 초대 편집인 등 30명이 속해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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