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노동·종교·법률·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2022년 9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 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8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발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야당 공조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이 위법한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여당은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이라 충분한 심사 시간이 필요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이미 충분히 논의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전해철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청구인 쪽에서는 전주혜 의원 등이 출석했다. 피청구인 쪽에서는 김 의장과 전 위원장 없이 대리인들만 나왔다. 당사자 변론과 헌법재판관 질문, 최종 변론 등을 거쳐 1시간 45분 만에 변론이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5월 환노위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의결했다. 2월 법사위에 올라간 법안이 60일 넘게 계류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법은 법안이 법사위에 ‘이유 없이’ 60일 넘게 계류되면 소관 상임위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6월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무기명 투표 결과, 노란봉투법은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전주혜 의원 등은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쪽은 먼저 법안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사용자 범위가 모호해지는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법이라 법사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안이 60일 넘게 계류돼 있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26일 민주당이 퇴장해 대법원 법원행정처, 법무부 등 유관기관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민주당의 일방적 퇴장으로 심리를 못 마치고 60일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처리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피청구인 쪽은 ‘법사위 심사가 60일을 넘길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입법공청회와 법안심사소위, 안건조정위 등 이미 환노위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기에 ‘중복’에 불과한 법사위 심사를 끌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부의 요청에 있어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거치게 한 국회법을 충족했기에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쪽 대리인은 국민의힘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결은 ‘표결 결과’일 뿐 ‘특정 행위’가 아니라서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 국회의장의 ‘판단 여지’가 없었다고도 했다.
헌법재판관의 질문이 나왔다. 이영진 재판관은 청구인 쪽에 ‘환노위 논의와 법사위 논의 사이 차이점’을 물었고 전 의원은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지만 민주당 쪽 퇴장으로 충분히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 쪽에 ‘환노위 단계에서 일부 의원이 퇴장하는 등 심사 과정이 정상 진행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물었다. 피청구인 쪽 대리인은 “이런 정치문화는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국회선진화법 등) 절차를 작동시켜 입법을 나아가게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한편, 8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예정됐던 노란봉투법은 여야 합의에 따라 정기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노란봉투법에는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하청·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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