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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통령 친구’가 대법원장? 이균용, 사법부 보수화 선봉 서나

등록 2023-08-22 20:45수정 2023-08-23 09:29

이균용 전 대전고등법원장이 지난 2021년 10월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 각 지역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균용 전 대전고등법원장이 지난 2021년 10월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 각 지역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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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61)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낙점한 것은 ‘사법부 보수화’를 이끌 최적 인사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자기 확신이 강하고 이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장이 되면 자신의 보수 성향을 대법관 제청은 물론, 사법행정에도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통령과 후보자의 막역한 친분 때문에 사법부와 행정부 간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22일 한겨레에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은커녕 대법관으로 임명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법원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꼽으면서도 ‘설마 시키겠느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가깝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선 윤 대통령에 대해 “제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며 “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이 후보자를 가깝게 여겨 검사 시절 종종 법리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고법 판사는 “지난해부터 (대법관 후보, 대법원장 후보가 모두 실력보다는)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설명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전고등법원장 시절인 2021년 10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전고등법원장 시절인 2021년 10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의 ‘반 김명수’ 성향은 그가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관료화를 막겠다며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애고, 법원의 사무분담권 등 권한을 평판사에게 넘기는 등의 조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가야 할 방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가장 비판적인 인물이었다. 법원장급 중에서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을 해왔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제일 우려했던 인물”이라며 “과거의 사법행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 이 후보자는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며 재판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대전고법원장 취임사), “정의의 여신이 안대를 벗고 양손에 든 칼과 저울을 내팽개치는 참으로 희한한 행태가 적지 않게 벌어졌고 이를 부채질하거나 방관하는 행위도 있었다”(대전지방변호사회지 기고글)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우회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자가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판사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자가 판결문에서 ‘판사가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사법행정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법관의 독립보다 사법행정기구의 권위를 우선하는 사고방식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의 자리에 임명된다면 이러한 위법 행위가 사법행정의 일환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관들은 이 후보자의 거침없는 언행과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한 판사는 이 후보자에 대해 “전형적인 보수 벙커(배석판사들이 함께 일하기를 꺼리는 부장판사를 골프장 모래 구덩이에 빗대 표현하는 법원 내 은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한 변호사는 “우수한 법관이긴 하지만 ‘독고다이’ 스타일에 화합이 어려운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남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경험 외에는 사법행정이나 대법관 경력이 없는 점도 대법원장으로서의 약점으로 꼽힌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을 하긴 했지만 수석부장을 하거나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 사법행정 보직을 맡은 적은 없다”며 “그러나 리걸 마인드(법적 사고체계)가 탁월하고 판결문 문장 하나하나를 열심히 쓰신다”고 평가했다.

정혜민 오연서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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