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9월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의 사법개혁이 ‘미완의 개혁’이라는 시민사회의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이 보수화되면 입법화에 실패한 주요 개혁과제나 인적 구성 모두 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이 노동·과거사 사건 등에서 전향적인 판결을 보여준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부 평가와 향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공두현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일각에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가 재판지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며 “이는 법원장이 사건의 신속처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법원장에 발탁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사건 처리가 빨라질 수 있다는 논리를 전제한 것일 뿐 객관적으로 검증된 지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7년 사법농단 사태 속에서 출범한 김명수 대법원은 재판 독립을 위협했던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줄이는 사법개혁의 하나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를 추진했다.
오히려 사법개혁의 불안정성을 문제로 꼽았다. 공 교수는 “법원의 자체적인 개혁은 내용상으로도 불완전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이나 인사권을 통해 시행되거나 각급 법원 내규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사법행정권자(대법원장)의 의향에 따라 언제든지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롭기까지 하다. 법원장 추천제나 사무분담위원회 등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법관 독립을 결정할 관건일 것”이라고 짚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국회에 대법원 법률 개정 의견을 제출하고 20·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사법행정제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진보와 보수 대법관이 수적 균형을 이루었던 김명수 대법원의 인적 구성 역시 “예외적 균형”에 불과하다는 게 주된 평가였다. 발제를 맡은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동대 교수)은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 역사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예외적 균형이 이루어진 시기”였다며 “인적 구성 다양성이 판결의 전향성으로 나타났고 판결의 획일성이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유 위원은 “지금 대법원이 구성되는 정황을 볼 때 현 정부 아래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토론에 나선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이후 법관 징계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불투명하게 진행돼 일부 법관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징계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에서도 관련 법관 대부분 무죄가 확정됐는데 이들의 행위가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아서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결국 재판 독립은 사법행정에 의해 위협을 받아도 형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부 평가와 향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민변 제공
다만 노동 관련 판결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이 노동삼권을 실질화했다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지난 6년간 대법원에서 선고된 중요한 노동 관련 판결은 두 손으로 꼽기에 부족할 만큼 많다”며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법 영역에서 대법원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을 인정하고, 하청노동자의 원청사업장 구내에서의 쟁의 행위를 열어주는 등 노동조합법을 새로 쓴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전향적 판결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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