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8일 오후 승인 없이 TV 생방송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들어가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의 순직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구속영장을 군사법원에 청구한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진실의 입을 막는 오만한 권력의 폭주”라며 ‘구속 반대 탄원 운동’을 개시했다.
군인권센터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부터 박 대령의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탄원서는 구속 심사가 진행되는 군사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진술을 거부하고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지칭)가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8월28일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 쪽이 윤 대통령 수사 외압 증거 녹음을 재생하자 황급히 수사를 중단했다. 8월29일 차일피일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던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항명죄 수사 중단’을 골자로 하는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며 “마치 정해둔 것처럼 순서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본격적인 수사 국면에 돌입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외압설이 나오자, 박 대령을 구속해 ‘입막음’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오는 9월4일은 수사단장 보직해임 처분 효력 정지 집행정지신청 사건의 심문 기일이고, 심문 결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박 대령은 수사단장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9월8일은 국방부 검찰단장과 법무관리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공수처에 고발된 사건의 참고인 조사도 예정돼 있다.
군인권센터는 “윤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 외압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관련 사건의 수사·재판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박 대령을 잡아 가둬서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박 대령을 국방부 영창에 가둬놓고 대통령 개입 의혹 규명을 원천차단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시민 여러분의 구속 반대 탄원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방부는 전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군검찰은 피의자의 신속한 수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피의자가 계속 수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 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잇따른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하며, 피의자가 수사절차 내에서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등 필요한 주장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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