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ㄱ(33)씨가 지난 5월28일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금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교제 폭력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전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도성)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3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등록 1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 5월26일 오전 7시17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연인 사이였던 ㄴ(4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당일 체포됐다. 김씨는 이외에도 불법촬영·사체유괴·폭행·상해·감금·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인 범행 3일 전 인터넷으로 ‘살인’, ‘살인방법’ 등을 검색했고,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를 기다리는 등 계획적 살인 범행을 준비해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가 임산부라고 속이며 목격자들이 119에 신고하는 것을 막고 차량 뒷좌석에 구겨 넣어 방치했다. 이에 피해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갔다”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재범 위험성도 높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요구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재판부는 “사형 선고는 그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만 허락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무기징역으로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등 사형 선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죄를 지은 내가 나라의 세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과연 맞느냐”라며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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