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7일 오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화재를 피해 대피하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주관한 이날 훈련은 인파 밀집 사고 상황에 대비해 실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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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부산에 있는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이를 피하려 베란다에 매달렸던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이 가족이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현관 쪽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왜 베란다 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2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화재 대피 요령에 대해 설명하며 “(화재 피해 가족이) 현관 쪽으로 대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차선책으로 발코니로 대피를 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대피 시에는 계단 대피가 우선이고 이를 위해 대피경로와 대피방법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날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화재가 나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바깥으로 향한 발코니나 창가 쪽으로 대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대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현관을 통해 계단으로 대피한다라는 개념을 첫번째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내에서 불이 나면 작은 공간에 빠르게 연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작은 공간이라 불이 난 상황을 상대적으로 빨리 인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세대 내에서 불이 나면 지체 없이 세대 바깥으로 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단, 대피할 때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물이다.
현관 쪽으로 대피하고 싶어도 그쪽에 불이 나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발코니나 창가 쪽으로 대피하되 완강기를 통해 대피를 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자신의 아파트 내에 완강기가 어디에 설치돼 있고 완강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완강기는 몸에 밧줄을 매고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용 피난기구로, 공동주택의 경우 3층에서 10층까지 설치돼 있다. 완강기 사용법은 유튜브 ‘소방청TV’에서 완강기편(
https://www.youtube.com/watch?v=nX-J7TOUedY)을 참고하면 된다.
소방관들이 7일 오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재난 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1992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비상시에 옆집으로 대피 가능한 경량칸막이나 건물의 천장에 설치돼 불이 나면 자동으로 물을 뿜는 스프링클러, 완강기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시설은 1992년·2005년 관련법 개정으로 이후 공동주택에 설치가 의무화됐는데, 이 아파트는 해당이 안 된 것이다.
이 교수는 1992년 7월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경량칸막이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량칸막이란 공동 주택 내 발코니에서 옆집 발코니로 넘어가는 경계 부분이 쉽게 깰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벽을 말하는데, 1992년 7월 이후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약 65% 정도만 이 칸막이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이후에는 경량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대피공간을 별도로 설치하도록 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도 계속 변해왔다. 개정 법이 소급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관련 시설을 설치·관리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이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를 잘하려면 일단은 미리 내가 사는 아파트가 언제 지어졌고, 경량칸막이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 산다면, 화재 대피경로나 대비방법을 더 철저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세대 내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사용 요령도 잘 숙지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