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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문 탓 허위자백했는데…재심 때 “자필진술서 있다”는 검찰

등록 2023-09-14 14:48수정 2023-09-14 14:59

‘통혁당 재건위 사건’ 50년 만에 재심
신청 6년 만에 개시돼 첫 공판 열려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수사하고 고문하고 간첩으로 조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 10월27일 오후 한국외국어대에서 민가협 주최로 열린 ‘보안사 해체 및 양심수 석방 촉구대회’에 참석한 의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의문사한 자녀들의 사진이 든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수사하고 고문하고 간첩으로 조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 10월27일 오후 한국외국어대에서 민가협 주최로 열린 ‘보안사 해체 및 양심수 석방 촉구대회’에 참석한 의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의문사한 자녀들의 사진이 든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재판장님, 제 남편 진두현은 간첩이 아닙니다.”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했던 재일교포 고 진두현씨의 아내 박아무개(91)씨가 50년 만에 열린 재심 법정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남성민)는 과거 통혁당 재건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진씨와 그의 공범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고 박석주씨에 대한 재심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유족들은 “당시 수사권도 없는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각종 고문과 가혹 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지난 2017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6년이 흐른 지난 7월에야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일본에 사는 진씨의 아내 박씨는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해 “당시 일본에서 남편의 기소 내용을 알게 된 저는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남편이 북한에 갔다는 날짜에 남편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2014년 세상을 뜰 때까지 자기 삶에 당당한 사람이었다. 제 남편은 간첩이 아니다. 일본에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하루빨리 마음의 안정과 가족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1970년대 대표적 공안 사건 중 하나인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일반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보안사가 1974년 재일교포 진씨와 국내 방위산업체 직원 박씨 등을 일본 거점 간첩단으로 몰아 유죄 판결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진씨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16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다 감형돼 1990년 출소했다. 박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84년 5월 동료 재소자에게 구타당해 숨졌다.

이 사건이 보안사의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인정된 바 있다. 앞서 박씨의 직장 동료로 함께 처벌받았던 이동현씨와 이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받았던 박기래씨는 2018년과 지난 5월 각각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간첩조작 및 폭행·가혹 행위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과와 법적 구제 조처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유죄라고 주장하며 공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은 실체가 없는 사건이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불법행위가 알려져 재심이 청구됐지만, 피고인들의 공판 단계의 진술이 있고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 등이 증거로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단계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로 인해 허위 자백했다는 게 드러나야 한다는 논리다.

유족들의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같은 사건을 두고 진화위는 ‘조작 사건이니 국가가 사과하라’고 하고 검찰은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라며 “이런 식의 진실 규명은 유족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재판부가 빨리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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