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광역시 월곡동 홍범도공원에 세워져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쓴 이동순 교수가 바라보고 있다. 이동순 교수 제공
교사 출신 한국화가 김광옥씨는 최근 소설 ‘범도’를 구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 인증 사진을 올렸다. 그는 “육사 교정에 모셔져 있던 흉상을 철거한다고 한다”며 “비록 소설이지만 항일 무장투쟁의 선봉이신 홍범도 장군님의 불꽃 같은 생애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자 책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김씨처럼 홍범도 관련 책을 읽거나 홍범도 티셔츠를 만들어 입는 등 ‘기억하자 홍범도’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형 서점에서 홍범도 관련 책 판매가 늘었고, 홍범도기념사업회의 회원과 후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14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홍범도 관련 책 판매부수 추이’를 보면,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량이 많지 않던 홍범도 관련 책들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결정된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판매부수가 대폭 늘었다. 8월31일부터 9월6일까지 교보문고의 홍범도 관련 책 판매부수는 그 전주에 견줘 6배 늘었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은 올해 3월 출간된 ‘민족의 장군 홍범도’ 평전이다. 이 책은 홍범도 흉상을 이전하려는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홍범도 관련 시를 에스엔에스에 꾸준히 올리고 있는 홍범도 연구자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시인)가 썼는데, 9월 첫째주 역사문화분야 4위를 기록했다. 9월 이전에 이 책은 순위에 없었다. 이외에도 방현석 작가의 홍범도 관련 소설 ‘범도’와 심도 깊은 홍범도 연구자로 평가받는 반병률 교수의 ‘홍범도 장군’과 같은 책들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되는 홍범도 티셔츠 사진 갈무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홍범도 티셔츠들이 판매되고 있고, 홍범도 흉상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티셔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구입해서 입고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리기도 한다. 한양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경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전국민 홍범도 티셔츠 입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홍범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제가 티셔츠를 구매한 업체측은 최소 관리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며 “무도한 이들이 홍범도 장군을 내쫓으려 해도, 그는 우리들 마음에 늘 남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정녕 국가가 모시지 않겠다면, 국민들 개개인의 가슴과 등판에 ‘힙하게' 모셔보자”며 홍범도 티셔츠를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홍범도 장군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 홍범도기념사업회의 회원과 후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홍범도기념사업업회와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우당 이회영 기념사업회, 대한고려인협회 등은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한민족 100만인 서명운동’(
https://url.kr/xu5nyz)을 벌이면서 △전국 시민 걷기 대회 △릴레이 1인 시위 △규탄대회 등을 벌이고 있다.
한동건 홍범도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국립 대전현충원 앞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 걷기대회가 열렸는데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웠다”며 “후원자들에게 주기 위해 홍범도 장군이 그려진 티셔츠 250장을 준비해갔는데 금방 동이 났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오는 1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중구 이회영기념관을 시작으로 소파로를 거쳐 전쟁기념관까지 걷는 ‘흉상 이전 반대 걷기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단체는 홍범도 미니어처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보급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홍범도 관련 영화인 ‘봉오동 전투’를 공동체 관람하겠다는 단체나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홍범도기념사업회측은 영화 ‘봉오통 전투’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단체 등에 영화를 상영가능하도록 주선해주고 있는데, 현재까지 연세민주동문회를 포함한 다섯 단체가 공동체 상영을 하겠다고 연락왔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홍범도 등을 포함한 독립투사들의 활동상과 국군의 정통성에 대해 논하는 학술세미나도 열린다. 15일 오전 10시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는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성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황민호 숭실대 사학과 교수,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심헌용 전 국방부 국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 등이 참여하는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김경준씨는 페이스북에 ‘전국민 홍범도 티셔츠 입기 운동’을 제안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