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봄 인왕산 산불을 계기로 ‘한강에서 먼 서울 시내 산불은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서울시가 산불 현장 인근에 임시로 물을 저장·공급할 수 있는 장소를 최소 5곳 더 선정했다. 겨울철이나 취수원이 원거리일 때 이곳에 ‘이동식 저수지’(조립형 담수지)를 설치해 화재를 진압할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일 서울시와 산림청은 지난달 말 조립형 담수지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로 성균관대, 고려대, 덕성여대, 연세대, 수락산 스포츠타운 등 5곳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립형 담수지는 산불 현장 부근에 임시로 설치해 헬기에 물을 공급하는 수조다.
서울시는 중랑천, 안양천, 서울대공원 등도 취수 가능한 ‘자연형 담수지’로 선정했는데, 자연형 담수지의 경우 가을·겨울 말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조립형 담수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가을 산불에 대비해 훈련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조립형 담수지 설치 장소로 선정된 성균관대 등 5곳은 모두 관할 산에서 5~6㎞ 안팎 거리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넓은 장소이면서 상수도와 소화전이 있어 빠르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소방과 함께 다음달 중으로 조립형 담수지를 펼치고, 물을 담는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립형 담수지 설치 장소 선정 논의는 지난 4월 인왕산 산불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서울시와 산림청은 지난 5월부터 서울시 25개 구 전수조사로 조립형 담수지 설치 가능 장소와 자연형 담수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의 적합성 여부 점검에 나섰다. 북악산 아래 청와대 헬리패드(헬기착륙장)를 활용하는 안도 거론됐지만, 소화전이나 상수도가 없어 소방차로만 필요한 물을 채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립형 담수지 후보에서 제외됐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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