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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공무직 노동자는 공무원과 달라…수당 미지급 합리적”

등록 2023-09-21 17:10수정 2023-09-21 17:58

복리후생비 차별 개선하라던 인권위 권고와 충돌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제공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공무직) 노동자들이 공무원과의 수당 차별을 시정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공무직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금지된 ‘차별적 처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부에 복리후생비 지급을 공무직과 공무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했던 국가인권위원회 결정과 어긋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오후 국도관리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당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직인 국도관리원은 훼손된 도로 노면을 정비하는 등 도로를 유지·보수하고 과적 차량을 단속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정부가 운전직·과적 단속직 공무원에게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등을 지급하면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국도관리원에게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각종 수당을 주지 않는다며 2014년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도관리원들은 노동자의 성별·국적·종교·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6조를 핵심 근거로 들었다.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1·2심은 공무직 지위가 ‘사회적 신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무원과 공무직은 같은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며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공무직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무원과 비교하지 말라’는 취지다. 다수의견(7명)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은 공무직과 달리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여러 법률상 의무와 윤리성을 요구받으며, 노동3권의 행사도 제한되고 있어 근무조건 결정 방식이 다르다는 논리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일반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선고가 공무원을 비교 대상으로 지목한 차별 사건에서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판단일 뿐, 공공부문 바깥의 무기계약직 차별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공부문 내 비공무원(공공기관 정규직 등)을 비교 대상으로 한 차별 사건에 대한 판단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복리후생비에서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배치된다. 2021년 3월 인권위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가족수당이나 명절상여금 등은 공무원과 다르게 받아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복리후생비는 직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이도 등과는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복리후생 내지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항목이므로 공무원과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모든 수당에 공무원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은 아니고 식대나 가족수당 등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항목도 있는데, 공무직의 사회적 신분을 아예 부정하면서 대법원이 패소로 판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반대의견(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인권위 권고의 취지와 맥을 같이 했다. 반대의견은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을 인정하면서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 직급, 업무 내용과 관계없이 오로지 부양가족의 존재와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원고(국도관리원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성과상여금은 근무성적, 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급여 항목인데, 원고에게 업무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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