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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출장 때 이동시간은 근무 아냐’…직원 통제 나선 진실화해위

등록 2023-09-22 09:52수정 2023-09-22 11:34

행정해석 기계적 적용 ‘조사관 활동 위축’
낮은 사건처리율…“결국 사건 신청인 피해”
지난 8월18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의사 진행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8월18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의사 진행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내부 직원들에 대한 종합감사 방침과 함께 출장을 통제하는 내용이 담긴 공직기강 확립지침을 발표해 논란을 사고 있다. 김광동 위원장 주도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부역자 낙인찍기 공세를 벌이는 한편, 내부를 다잡고 적극적인 조사활동까지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조사관을 길들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진실화해위 사무처 운영지원과가 지난 13일 ‘주말 출장 원칙적 금지 및 문제발생시 해당 국·과장 연대책임’을 적시한 출장관리 강화를 포함한 공직기강 확립지침을 발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여기엔 “부득이 주말 출장시에는 8시간 미만일 경우 대체휴무를 인정하지 않으며, 출장 중 이동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더 나아가 “기존에 잘못 사용한 대체휴무는 연가처리 조치”하겠다는 강경 방침도 내놓았다. 부정 초과근무 금지 역시 ‘근무지외 출장시 초과근무 원칙적 금지 및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시 6배 환수한다’면서 출장을 통제하는 내용이다.

진실화해위 안팎에서는 “방침의 법적 근거도 미약할 뿐 아니라, 그동안 휴일 출장조사가 불가피했던 조사관들에게 ‘가급적 출장을 가지 말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와 접촉한 복수의 조사관들은 “앞으로 조사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출장도 사전검열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사관 ㄱ씨는 “먼 지역의 경우 오가는 이동시간이 길어 주말까지 조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지침으로는 오후 2~3시까지 조사하고 이동해 서울로 복귀한 시간이 오후 8~9시라면 8시간 근무로 인정할 수 없고 오후 6시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일부 조사관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관 ㄴ씨는 “조사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바짝 일하자 해놓고 사실상 조사관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산업재해는 출근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적용되는데 도시간 이동을 출장에서 빼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사관 ㄷ씨도 “주말 출장을 계기로 향후 감사에서 ‘건수’를 잡아 내부단속을 하겠다는 상부의 의지는 아주 잘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교 진실화해위 사무처장은 “출장시 이동시간 문제는 이동시간을 초과근무수당 산정이나 대체휴무 산정시 포함하는지 여부인데, 인사혁신처 등의 해석은 이동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간외 근무 및 공휴일 등 근무’에 대한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4조를 해석한 것으로, 최근 행정안전부도 ‘출장으로 인한 이동시간, 식사시간’은 공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간’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법에 명확히 규정된 것이 아니며, 진실화해위 조사관들의 출장업무 특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다. 법무법인 ‘여는’의 김민경 변호사는 “출장은 업무와 관련하여 사용자의 지시나 허가를 받아 이루어지는 만큼 출장을 위해 불가피하고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인 이동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판례를 보면, “사업장 및 출장지가 소재하는 지역 간 이동에 통상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해 출장근무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소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라면 그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그 시간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휴일에 출장업무를 수행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휴일근로로 볼 수 있다”(근기 68207-2675)거나 “장거리 출장의 경우 사업장이 소재하는 지역에서 출장지가 소재하는 지역까지의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근기 68207-1909)고 한다.

자칫 내부 문제로 비칠 수 있는 진실화해위의 출장 통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건 신청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내년 5월26일이 정해진 조사 기한이다. 8개월 남았다. 2023년 진실화해위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30일 현재 조사대상 사건 2만146건 중 조사개시 사건은 1만2231건으로 60%이며, 진실규명된 사건은 1799건으로 8.9%다. 사건 처리율은 낮고 조사기한은 다가오는데 기간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진실화해위의 한 관계자는 “결국 피해는 사건 신청인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송상교 사무처장은 “하루 기준 8시간 근무 요건을 충족해야 대체휴무를 쓸 수 있다는 기준에 관해서는 선의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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