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허위 보도’에 관여했다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과 당 정책연구위원, 언론사 기자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관련 수사를 시작한 뒤 민주당 쪽 인사가 입건된 건 처음이다. 민주당 쪽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넘어 야당 국회의원 입까지 막으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최아무개 보좌관과 김아무개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의 국회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언론매체 ‘리포액트’ 운영자인 허재현 기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최 보좌관과 김 위원은 지난 대선을 몇달 앞둔 2021년 말께 민주당이 꾸린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티에프(TF)’에서 각각 상황실장과 조사팀장을 맡았다. 당시 티에프 단장은 김병욱 의원이었다.
허 기자는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3월1일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대장동 일당 중 하나인 조우형씨의 사촌 형 이아무개씨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허 기자는 ‘최 전 중수부장이 이씨에게 ‘조우형이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심부름꾼이었다고 윤석열 검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허 기자는 해당 녹취록이 ‘조우형을 모른다’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말이 거짓이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담긴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3000여회다.
검찰은 최 보좌관이 자신과 이씨의 대화를 ‘최 전 중수부장과 이씨’의 대화인 것처럼 꾸며 녹취록을 만든 뒤 김 위원과 함께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허 기자가 최 전 중수부장 등에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도 보고 있다. 최 전 중수부장은 한겨레에 보낸 문자메시지에 “최 보좌관, (조씨의 사촌 형인) 이씨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작이 의심되는 녹취록이 작성·보도되는 과정에 금전거래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 인사가 입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병욱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로,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검찰이 최 보좌관의 지시자, 공모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이재명 캠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허 기자는 이름도 처음 들었고 전혀 모르는 사이다. 관련 내용 자체가 금시초문이다”라고 말했다.
허 기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은 권력의 부정 비리에 대한 취재 활동을 방해해 언론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이번 압수수색이 그런 예외적인 경우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허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우형씨를 봐준 것은 여러 기자의 보도로 확인된 것”이라며 “수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환봉 이재호 임재우 엄지원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