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사거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놓고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한국에서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스라엘의 오랜 팔레스타인 탄압 역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잔인한 테러 행위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이들도 많다.
15일 오후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주도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는 주최쪽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주로 한국에 사는 이슬람계 외국인들이었다.
가자지구에 가족이 있는 살레흐 난티씨(26)는 한겨레에 “지금 이 집회에 오는 동안에도 친구 한명이 죽었다. 친구와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스마트폰 화면 속 친구와 나눈 채팅창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살레가 보낸 메시지들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는 “가족들의 집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부분적으로 파괴됐다”며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게 지배당했던 식민시대를 떠올렸으면 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제안한 팔레스타인 출신 여자 축구선수인 타이마 카타메쉬도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75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의 점령 결과”라며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잠자는 동안에도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공습하고 있다. 과연 여기에 정의, 인도주의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에도 ‘10·11 팔레스타인 저항 연대 집회 참가자’ 소속 한국인 20여명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사거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어린이들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명의로 팔레스타인 지지 대자보가 붙은 대학가에선 학생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자보가 걸린 대학에 재학 중인 정아무개(24)씨는 “하마스가 심각한 전쟁범죄를 일으키고 이를 에스엔에스로 중계까지 한 상황에서 지지 집회나 대자보는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각 대학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전쟁 책임 소재를 따지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논쟁이 벌어졌다.
김아무개(32)씨는 “하마스가 어린아이들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다 보니 그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당해온 일들이나 명분까지도 잃게 된 게 아닌가”라며 “처참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