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검찰은 ‘이재명 기우제’ 언제까지 지낼까
검찰은 ‘이재명 기우제’ 언제까지 지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발언과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각각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심문받은 피의자가 야당 대표가 아니었으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 백현동 사건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법원(영장판사) 판단은 기각이란 판단에 맞춘 수사적 표현으로 본다. (…)더욱이 정당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 대상인 점을 증거인멸 우려 배척 근거로 삼았는데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닌가 우려된다. 수사팀으로서는 사법적 관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서울중앙지검 수사책임자)
“이 정도 사안이면 대검과 그 윗선까지 ‘영장발부가 100% 확실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친 거예요. 검찰한테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 ‘구속은 유죄’잖아요. 보통 검찰에서 주요 피의자를 ‘입고’(구속)시키면 총장 격려금 내려오고 그 부(수사팀)는 축하 문자·전화 받고 축하파티를 합니다. 더욱이 이 사건은 1년 넘게 매달린 사건이고, ‘추석 밥상’(추석 때 이재명 구속 얘기가 오가는 상황)으로 자신 있게 준비한 건데, 이런 개망신이 없죠. 소명 자체도 안 됐다고 하니 난리가 난 거죠. 감정적으로 안 될 수가 없죠. 별거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2022년 10월24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동에 자리한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영장판사에게) 반문하고 싶다. 정치적 높은 자리에 있으면, 조폭 두목이 아랫사람에게 칼을 쥐여주고 살인을 지시해야 살인 지시인가? (민주당 쪽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회유(의혹)에서 이득 얻은 사람은 누군가? 이재명 본인이다.”(9월28일 수원지검 수사책임자)
“구속의 이유는 ‘재판을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해서’가 돼야 하는데, 지금 검찰은 구속을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리는 차원’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뭇매를 맞은 피고인은 재판에서 위축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요. 한쪽 당사자이면서도 ‘심판’인 판사를 비난하는 건, 판사를 압박하는 특별수사 기법이에요. 판사 사찰문건도 그런 용도였고요. 또 자기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검찰 정당’으로서의 주장입니다. ‘이재명은 나쁜 놈인 게 맞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요. 나아가 ‘저쪽에서는 90만 명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들고 왔다, 우리 지지자들, 너희는 앞으로 어떻게 할래?’ 이런 얘기죠. 그리고 ‘이득 본 사람이 범인’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양평고속도로·공흥지구 특혜 의혹에서 이득 본 윤 대통령 처가 쪽은 왜 구속 안 하나요?”
2020년 2월10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국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범죄로 증명할 만한 게 있으면 빨리 기소해서 법원 판단을 받는 게 맞지, 여당이 정치적 국면이 어려울 때 정치에 개입해 영장을 치는 등으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것 같아요. 대통령실 지시 내지 묵인하에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검찰이 부역하는 ‘수사정치’ 행태로 보입니다.”(이재근 처장)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ㄷ씨는 “전례가 없는 수사죠. 검찰은 인허가로 특혜를 줬다는, 정책적 결정을 문제 삼고 있어요. 그런데 인허가 자체가 원래 특혜예요. 범죄가 되려면 (업자와 공무원 사이) 돈이 오간 게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돈 얘기는 애매하고, ‘그 인허가가 특혜냐’를 가지고 싸우는 형국이죠. 이런 정도라면 애초에 시작한 게 이상할 정돕니다. 또 이런 개발사업 성격상 돈 흐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어요. 이렇게 오래 수사했는데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간 돈이) 아직 안 나왔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이상한 수사죠”라고 지적했다.
2003년 3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이인규 형사9부장(이후 대검 중수부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 왼쪽에 한동훈 초임 검사(현 법무부 장관)가 앉아 있다. 당시 형사9부는 특수부 역할을 했다. ‘SK 비자금 수사’는 “검사가 영장만 받으면 재벌 총수 방도 따고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수사였다고 여러 검사는 회고한다.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
“요즘 검찰제도는 변사또가 춘향이를 잡아다가 수사도 하고 심판까지 하는 그런 식입니다. 직접 기소하면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당사자’를 배제해서 사심·분노 이런 걸 배제하라는 것이 근대 유럽에 ‘검사 제도’가 생겨난 이유 중 하나예요. 이번 이재명 대표 수사나 기각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전근대 사법의 문제점이 짬뽕돼 있는 것 같아요. 검찰 스스로 피해자가 된 것처럼 감정적으로 됐다가, 법관처럼 (구속을 통해) 심판하려는 그런 괴물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수사에 국가 전체가 묶여버린 것 같아요. 위험하죠.”(이관희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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