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 앞 인도에서 경찰이 멈춰서 있는 시민들에게 통행로 확보를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이미 조사와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3일 한국의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을 비준한 뒤 자유권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자유권 규약 위원회의 이번 심의는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심의 결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 설립, 유책자 사법처리,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핵심으로 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8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당의 반대 속에 3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이태원 참사는 이미 경찰·검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진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이태원 참사는 참사 직후부터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고,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하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의 티에프(TF)를 구성해 65개의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그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유권위원회는 이외에도 한국 정부에 사형제의 폐지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을 권고했다. 또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의 폐지 또는 개정 등도 권고 사안에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대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법무부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헌법, 국내외 상황, 대체 형벌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으로 유지하려는 입장”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또는 개정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안보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합법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고, 명예훼손의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여부, 강력한 민사 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구비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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