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해병대 예비역 40여명이 1박2일 간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까지 50여㎞를 행군하며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명예회복과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유튜브 갈무리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명예회복과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해병탑 앞. ‘해병대’라고 적힌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40여명이 모였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의 명예회복과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고난에 타협하지 않는 해병대 50㎞ 정의의 행군’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번 행진은 박 대령의 동기인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가 주관했지만 30대부터 70대까지 선·후배 예비역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이라고 적힌 손깃발을 가방에 꽂은 채 오와 열을 맞춰 행군을 이어갔다.
지난 4일 해병대 예비역 40여명이 1박2일 간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까지 50여㎞를 행군하며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명예회복과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유튜브 갈무리
박 대령도 행군 현장을 찾아 “채 상병의 진실을 밝히고 제 명예를 회복하는 결기를 같이 해줘 감사하다”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고 제 명예가 회복되는 순간까지 잘 버티고 이겨내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4일 아침 9시20분께 행군을 시작한 이들은 경기 수원시 서수원버스터미널, 인덕원역까지 30여㎞를 행군한 뒤 이튿날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이수역을 거쳐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까지 20여㎞를 걷고 행군을 마쳤다.
이들은 행군하며 모은 시민들의 서명을 한데 붙여 ‘채 해병’ ‘박정훈’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장 김태성씨는 행군을 마치며 “이 사건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해병대 정신은 ‘안 되면 될 때까지’다. 결코 잊지 않고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될 수 있게 힘을 모으고 국민적 관심을 끌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1박2일 간 행군은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마무리됐다.
앞서 채 상병은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한 지휘부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조사보고서를 이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8월2일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즉시 보고서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이에 박 대령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라는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빼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외압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