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방제 작업을 위해 증기를 벽 틈새에 분사하는 모습. ‘자바드림’ 제공
“이불이랑 벽에서 빈대가 보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어요. 사흘 전엔 제 발가락도 물었어요. 지금까지 잡은 것만 3마리에요.”
10일 오전 인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ㄱ씨가 집 안 곳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인근 공장 외국인·한국인 직원들이 방 4개를 기숙사 형태로 나눠 묵는 곳으로, 방에는 두툼한 겨울용 이불과 여행용 가방에 담긴 짐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ㄱ씨는 “3달 전 빈대가 출몰해 한 번 방역을 했지만, 일주일 전부터 방 2곳에서 빈대가 다시 출현했다”며 “아파트 전체를 방제 작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빈대 방제 작업 중 발견된 빈대. ‘자바드림’ 제공
이날 방제 의뢰를 받은 해충방제업체 ‘자바드림’의 이용우(34)씨는 회색 작업복에 라텍스 장갑과 덧신을 신은 채 ㄱ씨가 말한 방 안 곳곳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2∼3평 넓이의 방 2곳 상태를 확인한 이씨는 “보통 빈대가 창궐한 곳에는 벽지와 이불에 검붉은색 빈대 배설물이 사방에 거뭇거뭇하게 묻어있는데, 지금으로선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스팀기를 이용해 고온의 증기를 뿌리면 숨어있던 빈대들이 자극을 받아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빈대는 발견되지 않았다. 빈틈을 찾아 숨어드는 빈대의 특성 탓이다. 이씨는 “빈대는 콘센트 안에도 서식할 만큼 빈틈을 잘 찾아 들어가 숨는다. 한번 피를 빨면 먹이를 먹지 않고 숨어서 6개월까지 살 수도 있다”며 “3달 전과 일주일 전 두 차례에 걸쳐 빈대가 발견됐던 만큼 아직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빈대가 발견됐던 곳은 2∼3회 방제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실제 이날 선풍기 본체 바닥 틈에선 빈대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10일 오전 인천 한 아파트 빈대 방제 현장에서 발견된 빈대 사체. 고병찬 기자
이날 방문한 공장 기숙사처럼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는 신고는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다. 방제 작업에는 방 3개짜리 100㎡ 아파트 기준으로 30∼40만원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방제 업체들에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병찬 자바드림 대표는 “최근 하루에 3∼4건 정도 빈대 방제 작업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이 중 실제 빈대가 출몰해 작업이 필요한 경우는 절반 정도”라며 “올해만 빈대 관련 상담 건수가 500건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방역협회 서울시지회 관계자는 “방제 작업을 해도 예방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공포감 탓에 선제적으로 방역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빈대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배현정 기자
지자체들은 끊이질 않는 민원에 주거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빈대 발생 신고센터로 운영되는 120다산콜재단엔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6일까지 빈대 관련 민원이 232건 들어왔다. 지난달 하루평균 2.7건에 그쳤던 민원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30건으로 10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120다산콜재단 관계자는 “지난 7일부터 사흘간에만 관련 민원이 252건 추가로 들어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는 침구류 등을 고온세탁해 빈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빈대가 생기기 쉬운 옷·커튼·침대 커버·담요 등을 세탁 후 50도 이상 건조기에서 30분 이상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빈대가 서식하기 쉬운 가구 틈과 벽 틈에 스팀 고열을 분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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