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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중증’ 빼놓곤 장애인 일자리 늘었다?…서울시의 물타기 해명

등록 2023-11-15 18:39수정 2023-11-15 19:20

애초 복지부 일자리 사업에 시 예산 ‘일부’ 지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서울시가 내년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을 폐지해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일자리 400개가 없어진다는 보도에 “전체 장애인 일자리 수는 늘어난다”고 15일 해명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늘어난다는 일자리는 사실상 최중증장애인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물타기 해명으로 장애인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한겨레는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400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기존 다른 공공일자리 사업에서 소외됐던 최중증·탈시설 장애인들이 다시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보도는 사실이 다르다”라며 “내년도 서울시 전체 장애인 공공일자리 수는 올해에 견줘 350개 증가한 4674개이며 예산은 19억8700만원 증가한 493억8600만원”이라고 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사라져도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게” 다른 일자리를 구하면 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기존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애초 이 일자리 업무들은 행정도우미, 사무보조, 보육도우미, 어르신 식사도우미, 경로당 안마서비스 제공 등으로 최중증장애인들은 애초에 참여조차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게다가 복지부 주관 일자리 사업이라 서울시는 일부 시비를 매칭해 운영하는 것인데, 마치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늘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시는 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드러나 개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3월 실태조사 결과 3년간 참여자의 직무활동 중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치중되는 등 실효성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해 250명 규모의 ‘장애 유형별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새롭게 편성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취지대로 일을 열심히 한 게 죄가 되느냐’는 반응이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기존 장애인 공공일자리 등에서 배제됐던 최중증·탈시설 장애인이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사업 시행 취지였다.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사무국장은 “서울시 논리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가 직무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이유로 사업을 없앤다는 어이 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마저도 새로 만들었다는 ‘장애 유형별 맞춤형 특화 일자리’는 일자리 수도 적어졌을뿐더러 최중증장애인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직무들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비판에 “원예관리 보조, 장애 예술인, 온라인 모니터링 등 시대 변화와 장애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직무와 근무처 발굴에 중점을 둔 사업”이라고 해명했지만, 조 국장은 “서울시가 예를 든 직무를 보면, 기존 복지부가 진행하던 일자리와 다를 게 없는 최중증 장애인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직무”라고 했다.

서울시가 앞뒤가 안 맞는 해명으로 최중증·탈시설 장애인들의 ‘노동할 권리’를 빼앗는 동안 서울시보다 뒤늦게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작한 지자체들은 오히려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98억원, 700개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64억원, 500개 규모에 견줘 예산 34억원, 일자리 200개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도는 기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노동 기회를 주고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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