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6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위원장이 편향된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야 합니다.”
국회에서 심사 중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2024년 예산안이 김광동 위원장의 입 때문에 진통을 겪었다.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진실화해위원회는 왜곡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한 편향적 발언을 지양하고 조직의 설치 목적에 부합하도록 활동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167억원에서 182억원으로 증액한 진실화해위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행안위 예산심사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권인숙 의원은 “김 위원장의 편향된 발언에 대해 견제해야 한다”면서 “진화위 예산 중 관서업무추진비와 직책수행경비 1억8백만원을 삭감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예산심사소위는 논의 끝에 한국전쟁기 희생자 발굴유해에 대한 유전자 검체 수집 사업은 15억원 증액하고 진실화해위 직원들 사기저하를 막는 차원에서 관서업무추진비 등은 삭감하지 않되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고성 부대의견을 예산안에 달았다.
이형석 의원은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5·18을 왜곡하는 발언과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는 최근 영천 사건 관련 발언 등을 볼 때 어떻게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위원장을 할 수 있나. 그러고도 사퇴를 안 하는 마당이라면 업무추진 예산을 전액삭감 시키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위원장의 입조심’을 당부하는 부대의견이 달린 예산안은 이틀 뒤인 9일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예산안 소위에서 증액된 다른 사업 때문에 일단 보류됐다. 예결위 예산안 소위에 소속된 기동민 의원(민주당)은 한겨레에 “예결위에서도 김 위원장의 발언과 처신 문제를 이야기했다. 예산안은 곧 여야 간사끼리 합의하거나 소위를 다시 열어 의논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상훈 진화위 상임위원은 14일 열린 진실화해위 제66차 전체위원회에서 이같은 국회 예산 심사 상황을 설명하며 “행안위가 김광동 위원장의 편향적 발언에 대한 주의를 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상임위원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해명이나 추가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내내 ‘극언’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 6월9일에는 영락교회에서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했고, 10월10일 영천유족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고 했다. 경찰 사찰기록에 근거한 부역자 심사를 강화해 영천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6명을 보류 조처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설립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발언과 처신에 대해 철회를 한 적도, 사과를 한 적도 없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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