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서 활동하지 왜 공무원을 하냐”, “너무 소수자, 소수자 하는 것 아니냐”, “공무원이 노조하면 되냐, 안 되냐.”
지난 여름 경기 화성시 9급 공무원 면접에서 한 외부 면접위원이 지원자의 시민단체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공무원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로 편향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원자는 면접 전형에서 탈락했고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지난 7월31일 진행된 경기 화성시 9급 공무원 일반행정 공채 면접시험에 참여한 백아무개(28)씨는 면접에서 공직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백씨는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한 내용을 언급하며 답변을 했지만, 한 헤드헌터 업체 대표인 외부 면접위원으로부터 “시민단체 가서 활동하지 왜 공무원을 하냐”, “너무 소수자, 소수자 하는 것 아니냐”,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면접위원은 “공무원이 노조 하면 돼요, 안 돼요?”라는 질문도 했다고 전했다. 백씨는 15일 한겨레에 “노조에 참여할 권리를 미리 입막음하는 듯한 질문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백씨는 “면접위원이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반말로
‘공직관 자체가 의심스럽다’ 등의 문제 발언을 이어갔다”며 면접위원의 질문 의도가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백씨는 이런 질문이 나온 1차 면접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이후 추가 면접을 보게됐지만 재차 ‘미흡’을 받아 지난 8월21일 최종 불합격했다. 백씨는 면접 당시 ‘화성시만의 자원으로 마을기업을 구상하시오’ 주제와 관련해 “시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를 시의 인적 자원으로 봐 이를 활용해 어학당이나 외국어 학원 같은 마을기업을 구상했다”고 답변한 뒤, 면접위원의 관련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화성시청 쪽은 ‘면접위원의 질문 취지는 달랐다’면서도 앞으로 해당 위원을 가급적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화성시청 인사과 담당자는 한겨레에 “외부면접위원이 ‘공무원이 노조 활동을 하면 돼요, 안 돼요?’라는 질문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애초에 지방공무원법에 나오는 공무원의 4대 금지 의무를 물어봤고, 수험생이 답변을 하지 못하자 세부적으로 묻기 위해 해당 질문을 한 거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청은 또 “면접위원의 소명을 들어보면 공무원이 특정 집단이 아니라 전체 시민을 위한 자세를 가지고 일해야 하는데 외국인에 대해서만 그렇게 관심이 많다면, 외국인과 관련된 시민단체나 사설기관에서 일하는게 본인 취지에 맞는거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불합격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면접 때 들은 발언 등을 정리해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현장 녹음파일이 없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입증이 어려워 인권위가 법리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자, 백씨는 결국 진정을 취하했다. 백씨는 “다른 구제 수단을 알아보기 위해 인권위 진정을 취하했고, 현재로서는 국가배상소송이나 국민신문고 등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