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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는 1년째 냉동고, 수사는 지지부진”…김 이병 유족 호소

등록 2023-11-28 14:29수정 2023-11-28 14:43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육군 제12사단 김상현 이병 사망 사건 1주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육군 제12사단 김상현 이병 사망 사건 1주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떠나고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차디찬 냉동고에 있는 아들을 보며, 언제쯤 명확한 결론이 나올지 답답하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난해 11월28일 육군 1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김상현(20) 이병이 숨진 채 발견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김 이병의 아버지는 여전히 장례도 치르지 못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군과 민간 경찰이) 군대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는 더디게 진행해 유족을 지치게 하는 전략인가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육군 제12사단 고 김상현 이병 사망 사건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은 고인에 대한 예우와 장례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속히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변사 사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다. 외압 없이 군에서 발생한 범죄를 꼼꼼히 수사하라는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를 망각하고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만 준다”며 “검찰은 유족의 이의제기에 빠르게 답해 경찰의 직무유기를 바로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센터와 유족 설명을 들어보면, 1년 전 김 이병은 부대의 관리 부실, 간부와 선임병의 괴롭힘, 실수노트 작성·암기 강요 등을 겪다가 자대 배치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사 사건을 수사한 육군 제3광역수사단은 가해자 8명의 혐의를 특정해 강원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강원경찰청은 지난 4월 그중 4명에 대해서만 일부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나머지는 불송치했다. 센터는 “유족이 이의제기했지만,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이의제기한 데 대해서도 반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족은 지난 6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별도로 가해자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군검찰에도 그 밖의 범죄 행각에 대해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센터는 “경찰은 유족이 고소한 사건을 지난 5일 또 불송치 결정했고, 군검찰은 10월 말이 돼서야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이병의 아버지는 이날 회견에 나와 “그간 군이나 민간 경찰, 검찰 쪽에서 사건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없다.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만 한다”며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는 데도 저희 가족은 답답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 나라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을 부를 땐 ‘자랑스러운 조국의 아들딸’, 사건·사고가 나면 ‘문제스러운 너네 자식’이다”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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