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내 나이 팔십다섰, 빈 병 모아 십원도 안 쓰고…” 30만원 기부

등록 2023-12-08 10:53수정 2023-12-09 20:58

안동 이필희 어르신, 30만원 기부하며 편지
쓰레기장 빈 병 모아 판 돈에 용돈 보태 기부
이필희 할머니가 직접 써 옥동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한 손 편지 사본. 안동시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내 나이 팔십 다섰 마주막(마지막) 인생을 살면서도 조훈(좋은) 일 한 번도 못해보고, 남에 옷 만날 어더(얻어) 입고 살아 완는대(왔는데), 나도 이재 인생 길 마주막에 조훈 일 한 번 하는 개 원이라.”

5일 오후 3시께 경북 안동시 옥동에 사는 이필희(85) 할머니는 이렇게 한 자 한 자 눌러쓴 손 편지를 들고 집 근처 옥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지난 1년 동안 쓰레기장에서 빈 병을 주워다 팔아 마련한 30만원과 함께였다.

할머니는 복지센터의 김지화 맞춤형복지팀장에게 “나도 이제 자식 다섯 다 키웠으니, 좋은 일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30만원과 편지를 건넸다.

할머니는 서툰 맞춤법으로 쓴 편지에서 “오남매 키우고 가르치면 사느라고 힘들개 살며 업는(없는) 사람 밥도 한 술 못조보고(못 줘보고) 입든 옷 한 가지 못주고 나도 남에 옷 만날(맨날) 어더(얻어) 입고 살아 왓는대 이재는 내 아이들 부자는 아니라도 배 안곱푸개(안 고프게) 밥 먹고 뜨신 방에 잠자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쓰래기장에 빈 병을 모아 필면(팔면) 돈이 댈(될) 것 같타(같아) 일월부터 운동 삼아 쓰래기장에 다니면 빈 병을 모아 파란는개(팔았는데) 십원도 안쓰고 12월7가지(12월7일까지) 모운 개 15만원, 내 아이들 용돈 조금 주는 거 았계쓰고(아껴쓰고) 15만원 보터(보태) 30만원(을 모았다)”며 “작은 돈이지만 내 인생에 첨이고 마주막으로 불으한 어리니(불우한 어린이)한태 써보고 십습니다”라고 적었다.

할머니는 2017년부터 지역 근로자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남에게 도움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김 팀장은 “할머님이 전해주신 돈은 저희가 바로 은행에 가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에 기탁했다”며 “어려운 아동을 비롯한 힘든 이웃에게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도이치 ‘전주’에 방조 혐의 추가…‘김건희 수사’ 영향은? 1.

도이치 ‘전주’에 방조 혐의 추가…‘김건희 수사’ 영향은?

신입사원 절반이 사표냈다…‘광주형 일자리’ 3년 만에 2.

신입사원 절반이 사표냈다…‘광주형 일자리’ 3년 만에

[단독] ‘박정훈 항명 기소’ 군검찰 “대통령실 외압은 쟁점 아니다” 3.

[단독] ‘박정훈 항명 기소’ 군검찰 “대통령실 외압은 쟁점 아니다”

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전주’ 방조 혐의 추가 4.

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전주’ 방조 혐의 추가

병원·약국서 신분증·스마트폰 없으면 ‘돈’ 다 낸다 5.

병원·약국서 신분증·스마트폰 없으면 ‘돈’ 다 낸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