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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희대 대법원장 “기본권 수호” 취임사…영장제도 개선 나서나

등록 2023-12-11 16:55수정 2023-12-11 20:08

압수영장 발부율 91%에 사전심문제 시동 걸 듯
구속영장도 조건부 영장제도 등 수사기관 견제 뜻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 수장 공백’ 70여일 만인 11일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압수수색·구속 영장제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 터라,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반발이 예정된 과제여서 조 대법원장 리더십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균형있는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조 대법원장은 구속 영장제도 개선을 통한 수사기관 견제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이 너무 높다는 국회 지적에 “(취임하면) 바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등 제도 개선에 착수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는 판사가 거주 제한이나 전자장치 부착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석방한 뒤 이를 어길 때만 구속하는 제도다.

지금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구속 또는 기각’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미 1997년부터 법원이 수사기록에만 의지하지 않고 직접 피의자를 심문해 구속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정작 결론은 양자택일로 한정되어 왔다. 법원이 다양한 선택지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사건의 특성이나 개별 피의자 상황에 대한 실질적 고려를 할 수 있도록 조건부 구속영장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 취임으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도 다시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할 때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과 관련한) 대법원 내 절차가 마쳐지는 대로 대법관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지금은 검사가 제출한 서류만 보고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해 과도한 영장 발부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에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1.1%였다. 일부 기각까지 합하면 사실상 자동 발부나 다름없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임기 말 해당 제도 신설을 골자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수사기관의 반발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 검찰은 심문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노출돼 ‘수사밀행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법원 내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을 심문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수사밀행성 확보를 위한 장치만 마련되면 검찰도 반대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법원 내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또다른 판사는 “결국 검찰 반대를 이겨내야 하는 문제인데, 조 대법원장이 임기 초부터 의지를 가진다면, 임기 말에야 시동을 걸었던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보다 더 큰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짧은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만 70살 정년 규정에 따라 조 대법원장은 3년6개월 동안 재임하게 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미 영장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 연구 용역을 맡겨둔 상태”라며 “앞서 입법예고했던 원안대로 추진할지, 수정안을 다시 낼지,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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