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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줬다 뺏는’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금, 내년부터 개선된다

등록 2023-12-17 10:43수정 2023-12-19 08:25

기초생활수급자도 월20만원 받도록
경기도, 올해 안에 조례 개정 예정
10월25일 경기 안산시 선감동에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한 유해발굴(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현장에 온 피해생존자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0월25일 경기 안산시 선감동에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한 유해발굴(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현장에 온 피해생존자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줬다 뺏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경기도의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생활안정지원금 문제가 내년부터 개선된다. 피해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경기도가 주는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수급비 차감 없이 온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 의회와 경기도가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등 다른 지역의 수용시설 피해자 지원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경기도의회 박세원 의원 등 17명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수급권자에 대해 생활안정 지원금 대신 생계보조수당을 지급한다”(안 제11조제2항)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경기도는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둔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의 지원 신청에 따라 생활안정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조례에 따라 올해 3월말부터 해당 피해생존자들에게 위로금 500만원과 생활안정지원금 월 20만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피해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인 경우 생활안정지원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지원금이 수급비에서 차감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른 수급권자 소득 제외를 위한 별도 규정을 조례에 마련해 수급권자인 피해자가 생활안정 지원금 대신 생계보조수당을 예외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인권단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이 받는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소득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보건복지부에 대책을 요구해왔다. 경기도도 지난 8일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등에 “공적이전소득에서 지원금을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해왔다. 경기도의 마순흥 인권담당관은 “선감학원 지원금을 공적이전소득에서 제외하는 건 불가하지만 조례에 기초생활 수급자가 지급대상임을 명시하면 소득 산정 제외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법률적 검토를 거쳐 도의회에서 조례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17명의 도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도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마순흥 인권담당관은 “내년 1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인 선감학원 피해자도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해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가 긴밀하게 논의하며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180명의 선감학원 피해자 중 49명이 기초생활수급자다.

경기도가 1946년부터 1982년까지 서울의 부랑아동을 수용하는 기관으로 운영한 안산 선감도 선감동의 선감학원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추악했던 아동 인권착취 현장이다. 부랑아 일소 및 갱생을 명분으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연행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선감학원에 수용하여 최대 57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사회와 격리된 채 일상적인 굶주림,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0월 선감학원 원아대장을 확보하여 진실규명 신청인 166명뿐 아니라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경기도가 도 차원에서 공식 사과하며 피해회복 지원에 나섰고, 올해 3월부터 피해자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 지원금액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생존자에게만 지급된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이 지자체의 사무와 재정 운용 범위를 관할구역과 주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도의 예산으로 다른 지역 거주자를 지원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전국 최대규모의 부랑인 강제수용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1975~1987) 피해생존자들에게 위로금 5백만원과 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부산시의회는 부산시장이 제안한 ‘부산광역시 형제복지원 사건 등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 14일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람 중 부산시 거주자들에 한해 생활안전 등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급액 소득산정 제외는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시의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4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복지원에 이어 조례의 수혜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들 역시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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