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일방적인 통폐합, 인식 개선 예산 삭감, 무분별한 인력 감축 등에 폐기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가족부가 ‘보조금 부정수급’을 이유로 내년도 ‘성폭력 피해자 치료 회복 프로그램’ 예산 절반을 삭감했는데, 실제 지난 5년 동안 부정수급 건수는 단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수급 금액은 같은 기간 총 사업 예산을 기준으로 0.45%에 불과했다.
18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2019년∼2023년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지원 사업 부정수급 현황’ 자료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 치료 회복 프로그램’ 사업에서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건수는 1건으로, 금액은 총 2100만원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해당 사업의 예산은 총 46억9500만원이다.
적발된 ㄱ상담소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 수를 부풀린 것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했고, ㄱ상담소는 지난 9월 이미 문을 닫았다.
성폭력 피해자 치료 회복 프로그램은 성폭력 피해 상담소에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 인지행동·미술 심리 치료, 심신 회복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사업이다. 여가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부정수급이 발생해 성폭력 피해자 치료 회복프로그램 일부 예산을 삭감했다”며 이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올해(9억4700만원)보다 49.9% 적은 4억7400만원을 편성했다.
50개 지원 기관 중 1곳에서 발생한 부정수급을 근거로 여가부가 예산 절반을 삭감하고, 지원 대상 기관 수를 35개소로 줄인 것을 두고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부정수급 재발 방지도 중요하지만,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을 지원하는 예산이 줄면서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예산 삭감으로 기관당 ‘성폭력 피해자 치료 회복 프로그램’ 지원 금액도 28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줄었다.
용혜인 의원은 “갈수록 성폭력 범죄가 늘고 있는데, 소수의 부정수급을 핑계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정부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복원 및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강력범죄(2만4954건) 중 성폭력(강간·강제추행 등)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2%(2만277건)에 이른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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