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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1년이 지났건만 진실은 아직도…”

등록 2006-04-02 19:19수정 2006-04-02 19:37

봄비가 내린 1일 저녁, 동아투위위원들과 시민들이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봄비가 내린 1일 저녁, 동아투위위원들과 시민들이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5 동아일보 사태’ 시민광고주 박선용씨·광고국장 김인호씨 해후

1975년 당시 격려광고를 낸 박선용시가 〈동아일보〉로부터 받은 감사장과 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1975년 당시 격려광고를 낸 박선용시가 〈동아일보〉로부터 받은 감사장과 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저희한테 격려광고 내주셨던 분 맞죠? 제가 그 때 광고국장입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동아일보 창간기념일인 1일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 ‘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동아일보 사주의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자유언론 촛불문화제’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주최로 열리고 있었다. 동아투위는 이 행사에 당시 격려광고로 동아일보를 성원해준 시민들도 초청했다.

이 곳에서 동아일보에 격려광고를 냈던 박선용(66·서울 수유리)씨와 당시 동아일보 광고국장이었던 김인호(84)씨가 이렇게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이끈 것은, 박씨가 갖고 온 감사패와 메달이었다. 박씨가 광고를 낸 뒤 동아일보로부터 받은 감사패에는 ‘귀하께서 동아일보사의 언론자유 수호를 지원하기 위해 격려광고를 내주신 데 대하여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광고국장 김인호’라고 적혀 있다. 감사패 한켠에는 또 누렇게 빛이 바랜 채 ‘고향의 친우들아. 이곳저곳 전해다오. 동아의 탄압을. 구천동 선용이가’라는 광고 문구도 오려져 붙여 있다.

김 전 국장은 “감사패를 31년만에 다시 본다”며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피해 밤에 감사패와 메달을 몰래 만들어 격려광고를 낸 시민들에게 준 것”이라고 그 때를 떠올렸다.


“당시 동아일보를 탄압하는 독재정권이 미웠고 광고 탄압은 국민의 입을 막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씨가 격려 광고를 낸 이유였다. 그때 서른 다섯 살이었던 박씨는, 고향인 전북 무주에서 상경해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 노점상을 하고 있었다. 하루 걸러 한번에 2천원에서 1만원씩, 모두 30만원치 광고를 냈다.

“동아일보 앞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광고 접수를 막기 위해 검문검색을 해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고 나왔다”고 박씨가 당시를 회상하자, 김 전 국장도 “그 때 중정 요원들이 신문사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광고 성금 접수 명단을 빼앗아 가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박씨는 동아일보가 그해 3월17일 134명의 언론인들을 길거리로 내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분이 치밀어 올라 동아일보를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31년 세월 동안 그때의 시민광고주와 광고국장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이날 촛불행사에서만큼은 한 목소리였다.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이제는 진상을 규명해야 할 때가 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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