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 1일 저녁, 동아투위위원들과 시민들이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5 동아일보 사태’ 시민광고주 박선용씨·광고국장 김인호씨 해후
1975년 당시 격려광고를 낸 박선용시가 〈동아일보〉로부터 받은 감사장과 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당시 동아일보를 탄압하는 독재정권이 미웠고 광고 탄압은 국민의 입을 막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씨가 격려 광고를 낸 이유였다. 그때 서른 다섯 살이었던 박씨는, 고향인 전북 무주에서 상경해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 노점상을 하고 있었다. 하루 걸러 한번에 2천원에서 1만원씩, 모두 30만원치 광고를 냈다. “동아일보 앞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광고 접수를 막기 위해 검문검색을 해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고 나왔다”고 박씨가 당시를 회상하자, 김 전 국장도 “그 때 중정 요원들이 신문사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광고 성금 접수 명단을 빼앗아 가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박씨는 동아일보가 그해 3월17일 134명의 언론인들을 길거리로 내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분이 치밀어 올라 동아일보를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31년 세월 동안 그때의 시민광고주와 광고국장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이날 촛불행사에서만큼은 한 목소리였다.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이제는 진상을 규명해야 할 때가 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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