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출국전 공식일정 취소”…검찰, 귀국 종용 ‘통첩’
현대차그룹이 지난 2일 정몽구(68)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이달 말로 예정된 정 회장의 미국 공식 일정을 이미 취소한 것으로 드러나 정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의혹이 더하고 있다. 현대차 비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5일 정 회장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통첩을 보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어떤 수사든 오래하면 자꾸 (범죄) 혐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대기업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의미에서 정 회장이 들어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귀국해 그룹 총수로서 대책 등을 협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서 26일 열릴 예정이던 기아차 미국공장 기공식이 우리 쪽 요청으로 연기됐다. 따라서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기아차의 부사장급 이상 주요 임원들의 항공 및 숙박편 예약도 지난 2일쯤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출국 직후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 설립 예정지를 방문하고 이달말로 예정된 착공식 준비상황 등을 검검하기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는 이날 정 회장이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그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 주정부 관계자도 애틀랜타 지역 일간지와 벌인 인터뷰에서 “기아차 쪽에서 26일 기공식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서울 양재동 사옥 증축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 건설교통부 실무자를 불러 도시계획시설 규칙이 개정된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김재록(46·구속)씨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씨가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의 신아무개 사장도 이날 조사했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4일 체포한 윈앤윈21 등 3개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대표와 현대차 자금담당 실무자를 조사한 뒤, 일단 이들을 이날 밤 집으로 돌려보냈다.박순빈 황상철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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