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팀 구속의견…현대 “불우이웃돕기에 썼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주임검사 최재경)는 25일 정몽구(68) 회장이 2002년부터 현대차그룹의 6개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중 20억여원을 빼내 개인적으로 쓴 단서를 잡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은 이날 정 회장이 20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쓴 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혐의,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지시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는 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26일 이런 의견을 수뇌부에 보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 임원들 조사에서 ‘2002년부터 조성한 비자금 중 5천만원을 한 달에 한번씩 회장 비서실에 올려보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며 “이 돈은 기업 경영 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정 회장은 검찰에서 “그 돈은 비서실에서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대해서는 실무진이 알아서 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 쪽이 이 돈의 사용처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함에 따라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공정거래법상 금지돼 있는 계열사 지급보증을 지시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정 회장의 개인 비리를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회장이 재벌 총수답게 상당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혐의만 개괄적으로 시인했을 뿐 대체로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현대차가 ‘부품 협력업체 긴급지원 및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사법처리 수위 결정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채 기획관은 “박영수 중수부장 주재로 수사팀 회의를 열어 정 회장 부자를 비롯해 현대차 임직원의 구속기소 여부 등 신병처리 범위를 협의했다”며 “참고인·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분들이 많아 증거관계가 복잡해 이르면 내일 총장께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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