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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벽에 경찰 들이닥쳐 이장 내놓으라”

등록 2006-05-07 18:53수정 2006-05-07 22:03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추리 철조망 설치 3일째 ‘소리없는 계엄령’
밤낮없는 수배자 수색에 주민들 분노
군·경 외부인 통제…마을 고립화까지
“아이들도 겁에 질려 집밖에 못나가”

군과 경찰이 평택 대추분교를 강제 철거하고 벌판에 28㎞의 철조망을 설치한 지 3일째인 7일, 비가 그친 대추리 마을은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학교 마당엔 흙무덤이 쌓였고 깊게 패인 곳에는 물웅덩이가 생겼다. 무너진 대추분교 너머 들녘에는 철조망을 보수하는 군인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을 길목에는 경찰 4개 중대가 차량을 확인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아직 행정대집행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추리 주민들을 상대로 군·경의 ‘고립화’ 작전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주민들은 군·경의 잇단 압박에 불안과 고통, 분노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군·경 1만5천여명이 투입된 행정대집행에 이어, 시도 때도 없이 경찰이 들이닥쳐 수배자를 잡겠다며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일 저녁 군 철조망 일부가 하루 만에 시위대에 의해 파손되자, 이날 밤부터 새벽까지 경찰들은 숨겨놓은 학생이나 수배 중인 주민들을 내놓으라며 주민들의 집안을 뒤지고 다녔다.

7일 오전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부지 앞에서  군 장병들이 지난 5일 시민단체 회원들의 시위과정에서 훼손된 철조망을 보수하고 있다.  평택/연합
7일 오전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부지 앞에서 군 장병들이 지난 5일 시민단체 회원들의 시위과정에서 훼손된 철조망을 보수하고 있다. 평택/연합

주민 김양분(68·여)씨는 “6일 새벽 1시께 집에서 혼자 잠을 자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아들인 줄 알고 나갔더니 사복 경찰관 3명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김지태 대추리 이장을 내놓으라’며 20여 분간 승강이를 벌이다 돌아갔다”고 말했다.

마을로 몰려온 경찰들은 밤낮으로 마을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전경들의 군홧발 소리와 구령소리, 번쩍이는 경광등에 놀란 노인과 부녀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두 자녀를 둔 주민 김기옥(37·여)씨는 “아이들이 4일 이후로 문밖을 나가지 않은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내내 잠만 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전학 뒤 첫 학교운동회였지만 길이 막혀 가지 못한 연수(10·군문초등3)양은 “무섭다”고만 말했다.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생명과 평화의 땅, 평택을 지키는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지난 5일 평택 대추분교 강제진압을 지휘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A href="mailto:stepano@hani.co.kr">stepano@hani.co.kr</A>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생명과 평화의 땅, 평택을 지키는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지난 5일 평택 대추분교 강제진압을 지휘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이런 가운데 현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커져 가고 있었다. 6일 평화공원 옆 가톨릭 공소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만난 대추리 전 이장 신영섭(55)씨는 “무지렁이 농민들한테 정부가 그처럼 엄청난 병력을 투입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미리 준비한 목봉을 휘두르며 철조망을 끊으려던 학생들을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가자, 범대위 문정현(67) 신부는 “이것은 소리없는 계엄령”이라고 비판했다.


주민 김치성(54)씨는 시위 학생들을 잡아가는 군인들을 가로막은 혐의로 연행됐다 풀려나온 뒤 “도대체 국군이 막아야 할 적이 이 나라 농민이냐 인민군이냐”며 흥분했다. 일부 주민들은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기자들을 붙잡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기자들 고생한다고 밥을 먹여줬더니 ‘주민들이 억대 보상금 바란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 돈 바라고 이 짓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택/홍용덕 이재명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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