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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리베이트 여전 학생·학부모에 ‘덤터기’

등록 2006-05-07 19:44

2일 오후 경주 불국사 앞마당에서 충북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이 반별로 모여 앉아 불국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화재를 설명하는 사람은 인솔 교사가 아니라 이들이 묵고 있는 유스텔 소속 ‘교관’이다.
2일 오후 경주 불국사 앞마당에서 충북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이 반별로 모여 앉아 불국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화재를 설명하는 사람은 인솔 교사가 아니라 이들이 묵고 있는 유스텔 소속 ‘교관’이다.
숙소쪽, 교사들에 ‘수고비’ 퇴직교장 고용 유치땐 대가
버스도 계약금 10% 추가책정 학교-업체 수의계약 없애야
비싼 수학여행비 개선 ‘감감’

서울 ㅎ고는 2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7일부터 나흘 동안 경북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교사들 사이에서 ‘돈 봉투’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숙소 주인이 한 반에 10만원씩 모두 140만원을 학교에 건넸는데 한 교사가 완강하게 돈을 돌려주자고 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년 부장은 “학생들 장학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돈은 숙소에서 수학여행 인솔교사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건네는 이른바 ‘수학여행 리베이트’다.

지난 2일 저녁시간 경주 불국사 들머리에 있는 한 유스호스텔 식당. 경기도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햄·채소 볶음, 감자튀김, 연근조림, 콩나물국으로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당 한쪽에는 교사들이 전골냄비를 식탁에 올려두고 생선회를 먹고 있다. 이른바 ‘교관’이라고 불리는 숙소 관리요원들이 학생들의 식사 지도를 했다.

근처에 있는 또다른 숙소의 저녁식사 풍경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칸막이가 쳐진 식당 한쪽에서 학생들 식사와는 다른 메뉴로 차려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숙소 관리자는 “수학여행 계약을 할 때부터 교사들 수고비까지 다 계산이 돼 있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 식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도록 하고 수고비도 거절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 수학여행비가 싸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학교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학여행비가 비교되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거절하는 학교만 깎아주면 나머지 학교에서 말썽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리자는 “이 근처 숙소들은 대부분 퇴직한 교장 선생님들을 ‘영업사원’으로 두고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오는 학교를 유치하면 계약 건수에 따라 돈을 준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제주도나 설악산 쪽은 학교장과 교감 등 대표단이 수학여행 계약을 앞두고 사전답사를 한다. 이때 숙소 쪽에서 이들의 숙박과 식사를 책임지고 관광안내까지 해준다. 경기지역 ㅂ교사는 “학교장이 사전답사에 부인을 데려가기도 하고, 수학여행 일정과 상관없는 배낚시를 해 말썽이 난 학교도 있었다”며 “업체 쪽에서 부담한다고 하지만 결국 학생들의 수학여행비에 다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여행 리베이트는 숙소뿐만 아니라 관광버스 계약 때도 따로 책정이 된다.

충남의 한 여행사 상무 박아무개씨는 “일반적으로 한 학교에 100만~150만원 정도 주고 있다”고 했다. 경기지역에서 10년 이상 관광버스를 운전한 박아무개씨는 “리베이트 대신 버스비를 깎아주겠다고 하면 반기지 않는 학교가 많아서 처음부터 계약금액의 10%를 리베이트로 포함해서 계약한다”고 털어놓았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등 학교 단체여행에서 버젓이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은 대부분 학교가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수학여행은 학교장이 교사들과 의논해서 일정을 짜서 전자입찰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지만, 공개입찰로 수학여행 계약을 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4~2006년 경기·인천지역 수학여행 계약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파악된 계약건수 300여건 가운데 공개입찰로 계약한 학교는 6건에 그치고 있다.

경주/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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