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현장에서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은 지난 2002년 7월1일 취임하면서 ‘투명유리 집무실’로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시장실 벽면 가운데 복도 쪽(9m)과 부속실 쪽(4m)을 투명유리로 개조해 첫 집무를 시작한 것이다. 전임 순천시장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잇달아 형사처벌을 받은 터라, 투명유리 집무실은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약속으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신선한 발상이라는 칭찬도 받았다. 조 시장은 “투명유리는 깨끗한 행정을 펴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시작일 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조 시장은 업자한테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교도소 감방에 수감돼 있다. 지난 1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조 시장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에 추징금 92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시장은 2003년 9월 ‘뿌리깊은 나무 박물관’ 건립을 위해 시 보조금 21억원을 지원해 준 대가로 업자한테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2003년 1~3월 순천 쇼핑센터 납품과 인·허가 대가 등으로 5개 업체에서 4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조 시장이 업자들한테서 검은돈을 받기 시작한 것은 취임 뒤 불과 6개월여 만이다.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조 시장은 투명행정을 바랐던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순천시민들은 “우리 고장 시장들이 세명씩이나 줄줄이 뇌물사건으로 형사처벌됐으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비리사건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조 시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5·3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출마자들은 조 시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투명유리’ 저편에는 이권을 노리고 접근하려는 업자들의 유혹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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