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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더 일찍 왔어야” “와줘서 고맙습니다” 울먹

등록 2006-05-17 18:44

<B>50년만에 맞잡은 손</b> 하병옥 민단 단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서만술 총련 의장(오른쪽에서 3번째) 등 두 단체 대표들이 17일 총련 중앙본부에서 회동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도쿄/AP 연합
50년만에 맞잡은 손 하병옥 민단 단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서만술 총련 의장(오른쪽에서 3번째) 등 두 단체 대표들이 17일 총련 중앙본부에서 회동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도쿄/AP 연합
민단·총련 대표단 반세기만에 첫 공식 회담
8·15축제 공동개최·화해협력 등 6개항 성명
“이렇게 만난 것은 역사적인 일입니다. 언제 이런 날이 올까 했는데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17일 오전 10시30분께 도쿄 지요다구에 자리잡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 9층 회의실. 재일동포 사회를 반으로 갈라온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총련이 반세기 만에 공식으로 만났다. 그동안의 대립과 반목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하병옥(70) 단장 등 민단 대표단 7명은 10시20분께 총련 건물에 도착해, 서만술(78) 의장 등 총련 간부 7명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민단 관계자들은 “이런 날이 다 오다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라고 울먹였다. 총련 관계자들도 “저희도 같은 심정입니다. 눈물을 꾹 참고 있습니다”라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양쪽 간부들은 화합을 상징하는 뜻에서 ‘한반도기’와 ‘6·15 공동선언’이라고 새겨진 푸른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양쪽은 환담과 공식 회담에 이어 공동성명 서명식을 가졌다. 양쪽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두 단체의 화해·화합 도모와 재일동포 사회 단합을 위한 협력 △6·15 민족통일대축전 일본지역위원회 공동 참가 △8·15 기념축제 공동개최 △교육·민족문화 진흥사업 공동 노력 △동포사회 복지·권익옹호 협력 △합의 이행을 위한 창구 설치 등 6개항을 담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화해의 길로 방향을 틀면서 재일동포 사회에도 화합의 계기가 찾아왔다. 지역 단위에선 공동 행사, 공동 야외놀이, 공동기구 구성 등으로 관계 발전을 거듭해왔다. 유독 민단과 총련 양쪽 지도부만이 뿌리깊은 불신을 털어내지 못한 채 몇차례 성과없는 협의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민단 중앙본부는 지난해 해방 60돌을 맞아 기념행사 공동주최를 제안하는 등 화해 몸짓을 보이기도 했지만, 총련 쪽에 대화공세를 펴는 성격이 짙었다. 이를 의식해 이날 양쪽 대표들은 “좀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양쪽은 일주일 전쯤 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준비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변수는 민단의 ‘성의 있는 조처’ 여부였다.

총련은 이미 지난 2004년 6월 〈한겨레〉의 서 의장 단독 인터뷰 때에도 민단의 탈북자 지원센터와 독자적 고향방문단 운영을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동이자 총련 와해 공작”이라며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개혁 민단’을 내세운 하병옥 체제가 들어선 뒤 이 문제를 과감하게 풀면서, 양쪽의 화해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양쪽의 대립이 오래 계속되면서 동포들의 조직 이탈이 늘어나, 서로 조직의 생존을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사정도 공통으로 작용했다.

양쪽은 이날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거듭 다짐했다. 하 단장은 “되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갑시다”라며 실천을 강조했고, 서 의장은 “우리가 책임지고 해나가야 합니다”라고 호응했다. 허종만 총련 책임부의장은 “역사의 개척자는 책임도 져야 한다.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음 세대로부터 욕을 먹게 됐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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