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경을 투입하고 철조망을 설치해 주민들의 영농행위를 원천봉쇄한 뒤 한달여가 지난 초여름의 대추·도두리 들판엔 주민과 시위대들의 진입을 막으려 땅을 파는 굴삭기 소리만 가득하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국회·시민단체 “미군 재배치계획 확정뒤 결정을”
‘기지 시설종합계획’ 공개 않은채 부지부터 수용
‘기지 시설종합계획’ 공개 않은채 부지부터 수용
[되짚어 보는 평택 미군기지](하)439만평, 적절한 규모인가
추가감축 고려않고 기지규모 확정…‘시설과잉’ 우려
경기 평택에 조성될 미군기지의 규모를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과잉시설’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도 필요 이상으로 넓은 데, ‘주한미군 감축 계획’까지 고려하면 규모가 너무 지나치다는 이야기다. 미군이 사용하기로 한 평택 대추리의 땅은 과연 그 쓰임새에 비춰 적절한 규모일까?
439만평 적절한가?=평택 일대 미군기지의 순수 확장 규모는 모두 349만평이다. 이 가운데 285만평이 대추리·도두리 일대이고, 나머지 64만평은 오산의 미7공군 기지가 늘어나는 면적이다. 대추리·도두리의 285만평에 평택의 기존 미군기지 154만평(9천여명)을 더한 439만평에는 2008년부터 한미연합사를 비롯해 유엔사와 주한미군 사령부, 미2사단 사령부·주력부대 등이 옮겨오게 된다. 사람 숫자로는 미군 1만4491명과 미군 가족, 군속 등 4만45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439만평에 4만4531명이 들어가는 것은 현재 용산 기지 118만평을 7천여명이 쓰는 것과 견주면 1인당 면적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1인당 면적 한국군 10배 넘어
그러나 한국군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군 1개 사단(1만여명)이 차지하는 땅 넓이가 13만평(경기)~20만평(강원) 가량인데, 미군이 차지하는 땅의 규모는 군인 1인당 260평으로 한국군(13~20평)보다 13~20배 더 넓다. 미군의 가족·군속까지 다 포함해도 99평으로 한국군보다 5~7.6배 더 넓다.
게다가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라 미군 규모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현재 주한미군은 모두 3만5천여명(2004년 미 국방부 자료)이지만 한·미 두나라는 2008년까지 미2여단 등 1만2500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6월 발표한 ‘주한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문제점 및 향후과제’에서 “오늘의 기준으로 (주한 미군의) 규모를 추정해 (평택의 미군) 기지와 시설을 건설하면 정작 미군이 이전할 시점이나 그 이후엔 ‘시설 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군에 제공될 토지·시설 규모는 진행 중인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이 확정된 뒤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위원장은 “지난 3월 윌리엄 팰런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미 의회 증언 등을 통해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며 “그에 맞춰 평택기지의 규모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쪽의 일관된 요청에 따른 것이며,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과는 무관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쓰이나=스티브 앤더스 주한미군기지이전 선발단장(육군 준장)은 지난 4월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택기지의 ‘시설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한국 정부의 공식 의견은 “아직 평택 미군기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군이 밝힌 평택기지 조성 계획을 보면 크게 5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군사시설 외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20만평 규모로 예상되는 군인 가족·군속 주거단지 등 최소 50만평이 부속시설로 조성된다. 대추리 주민 김택균(43)씨는 “미군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지 안에 대규모의 주거단지와 골프장을 짓는다는데, 벌써 두세 번째 고향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현재 토지수용을 거부하는 주민은 90여 가구이며, 이들의 집과 농경지는 73만여평이다. 부속시설 터를 뺀 나머지에 대해선 한·미 두 나라 모두 군사 기밀이라거나 종합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군사 전문가들은 “전체 기지 터의 구성 내역도 없이 규모와 용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골프장등 부속시설 50만평 조성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서울 용산기지 118만평을 포함해 전국의 5167만여평을 미군에게서 돌려받고 대신 평택지역 349만평 등 전국적으로 362만평을 새로 제공하게 된다”며 “이는 국가의 자존심과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료를 보면, 돌려받는 5167만여평 가운데 산지나 임시공여지였던 3200만평의 훈련장 터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곳들이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사용되지 않아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땅이 대부분인데, 정부가 이를 내세워 평택 기지의 문제점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용덕 김도형 기자 ydhong@hani.co.kr
“미국도 연합토지관리계획 재협상 통해 체결” 참여연대·민변 토론회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참여연대와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동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에 대한 재협상의 필요성과 가능성’ 토론회에서는 재협상의 당위성에 대한 많은 논리적 근거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재협상에 대한 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민변의 송상교 변호사는 “미국도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 개정협정을 체결한 선례가 있고, 조약상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를 깨뜨리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재협상 필요성이 큰데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잘못된 행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이전 예정지역의 지대가 낮아 홍수의 우려가 있다며 땅을 2.6~3.3m 돋워줄 것을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위한 흙 3900만톤을 마련하려면 50m 높이 야산 180개를 깎아야 하는 등 재앙적 환경파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을 그대로 둘 경우 한-미동맹의 불균형으로 치명적 국익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재배치가 분리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국민 홍보에만 힘을 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재배치 관련 협정 체결 및 한-미동맹 재편과정에 대해 철저한 재검증을 벌이고, 정부는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에 나선 이경주 인하대 법대 교수는 “국민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국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을 충분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국회 예산심의권을 통해 재협상에 버금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국회의 견제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재협상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문정현 신부 단식…대화분위기 꽁꽁 한편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4~5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반대 시위·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김지태(47) 주민대책위원장(대추리 이장)과 평택 범대위 강상원(36) 집행위원장의 구속영장을 7일 신청했다. 이에 평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 문정현 신부 등 16명이 평택경찰서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등 정부와 주민들의 대화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국무총리실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 2차 대화를 벌인 팽성주민대책위원회는 “자진 출두한 주민대표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대화하자면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며 “이들이 구속되면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종휘, 평택/김기성 기자 symbio@hani.co.kr
게다가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라 미군 규모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현재 주한미군은 모두 3만5천여명(2004년 미 국방부 자료)이지만 한·미 두나라는 2008년까지 미2여단 등 1만2500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6월 발표한 ‘주한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문제점 및 향후과제’에서 “오늘의 기준으로 (주한 미군의) 규모를 추정해 (평택의 미군) 기지와 시설을 건설하면 정작 미군이 이전할 시점이나 그 이후엔 ‘시설 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군에 제공될 토지·시설 규모는 진행 중인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이 확정된 뒤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위원장은 “지난 3월 윌리엄 팰런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미 의회 증언 등을 통해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며 “그에 맞춰 평택기지의 규모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쪽의 일관된 요청에 따른 것이며,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과는 무관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쓰이나=스티브 앤더스 주한미군기지이전 선발단장(육군 준장)은 지난 4월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택기지의 ‘시설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한국 정부의 공식 의견은 “아직 평택 미군기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군이 밝힌 평택기지 조성 계획을 보면 크게 5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군사시설 외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20만평 규모로 예상되는 군인 가족·군속 주거단지 등 최소 50만평이 부속시설로 조성된다. 대추리 주민 김택균(43)씨는 “미군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지 안에 대규모의 주거단지와 골프장을 짓는다는데, 벌써 두세 번째 고향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현재 토지수용을 거부하는 주민은 90여 가구이며, 이들의 집과 농경지는 73만여평이다. 부속시설 터를 뺀 나머지에 대해선 한·미 두 나라 모두 군사 기밀이라거나 종합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군사 전문가들은 “전체 기지 터의 구성 내역도 없이 규모와 용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골프장등 부속시설 50만평 조성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서울 용산기지 118만평을 포함해 전국의 5167만여평을 미군에게서 돌려받고 대신 평택지역 349만평 등 전국적으로 362만평을 새로 제공하게 된다”며 “이는 국가의 자존심과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료를 보면, 돌려받는 5167만여평 가운데 산지나 임시공여지였던 3200만평의 훈련장 터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곳들이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사용되지 않아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땅이 대부분인데, 정부가 이를 내세워 평택 기지의 문제점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용덕 김도형 기자 ydhong@hani.co.kr
“미국도 연합토지관리계획 재협상 통해 체결” 참여연대·민변 토론회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참여연대와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동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에 대한 재협상의 필요성과 가능성’ 토론회에서는 재협상의 당위성에 대한 많은 논리적 근거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재협상에 대한 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민변의 송상교 변호사는 “미국도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 개정협정을 체결한 선례가 있고, 조약상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를 깨뜨리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재협상 필요성이 큰데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잘못된 행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이전 예정지역의 지대가 낮아 홍수의 우려가 있다며 땅을 2.6~3.3m 돋워줄 것을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위한 흙 3900만톤을 마련하려면 50m 높이 야산 180개를 깎아야 하는 등 재앙적 환경파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을 그대로 둘 경우 한-미동맹의 불균형으로 치명적 국익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재배치가 분리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국민 홍보에만 힘을 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재배치 관련 협정 체결 및 한-미동맹 재편과정에 대해 철저한 재검증을 벌이고, 정부는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에 나선 이경주 인하대 법대 교수는 “국민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국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을 충분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국회 예산심의권을 통해 재협상에 버금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국회의 견제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재협상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문정현 신부 단식…대화분위기 꽁꽁 한편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4~5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반대 시위·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김지태(47) 주민대책위원장(대추리 이장)과 평택 범대위 강상원(36) 집행위원장의 구속영장을 7일 신청했다. 이에 평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 문정현 신부 등 16명이 평택경찰서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등 정부와 주민들의 대화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국무총리실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 2차 대화를 벌인 팽성주민대책위원회는 “자진 출두한 주민대표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대화하자면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며 “이들이 구속되면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종휘, 평택/김기성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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