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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바다이야기’ 등 심의 어떻게 통과했나

등록 2006-08-20 16:54

바다이야기 개.변조로 심의 우회 '잔꾀'
2003년 영등위 소위의장 뇌물수수 구속..현실적 한계 노출
지난 1∼2년간 전국적 '광풍'을 일으킨 '바다이야기'와 스크린경마 등 사행성 게임기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를 무사히 통과한 경위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조사와 함께 향후 유통단계에 대한 엄정한 관리감독 등 사후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크린경마, 로비로 통과했나 = 최근 사행성 게임기 붐의 효시는 2003년 상반기부터 나온 스크린경마 게임기로 기존 게임보다 훨씬 강화된 사행성을 내세워 1년만에 약 6천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리고 700여개의 전용 게임장이 세워지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 중 대표적인 한 게임기는 2003년 한 해 영등위에서 총 12개의 버전이 모두 심의를 통과했는데 당시 심의를 맡은 게임제공업용 게임물 소위원회 의장 조모씨가 바로 이 게임기 제조업체 대표로부터 2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4년 12월 검찰에 구속됐다.

수사에서 조씨가 심의 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사행성 게임기들이 어떻게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당시 사행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베팅 등 사행성 요소를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이용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은 무리였다는 항변도 있다.

영등위 전 관계자는 "성인용 게임에서 베팅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어느 정도로 억제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히고 "특별한 사유 없이 이용불가 판정을 했다가 해당 업체의 행정소송에 패소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03년 국산 게임장 게임기의 42%에 이르는 527종이 영등위 심의에서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부분은 영등위가 이용불가 판정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것.

◇"바다이야기, 개변조로 심의 우회" = 가장 첨예한 의혹의 대상인 바다이야기의 첫 버전이 2004년 12월7일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 게임은 별다른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04년 12월31일 문화부가 게임장 경품 기준을 개정해 게임 1회당 4초 이상, 경품 2만원 이하, 시간당 이용금액 9만원 이하 등으로 사행성 기준을 명시하면서 심의 규정이 강화됐다.

게다가 게임 출시 뒤 2005년 상반기 들어 바다이야기로 거액을 잃었다는 피해자들의 민원에 따라 경찰이 영등위에 사행성 여부를 문의하면서 영등위는 2005년 5월 바다이야기 2.0판에 대해 사행성 여부 조사를 위한 90일 등급분류 보류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영등위가 심의한 게임 중 바다이야기에 대해 처음으로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등위가 조사를 벌였으나 기준과 어긋나는 부분을 찾지 못한 채 보류 기간이 지난 뒤 8월25일 등급분류를 내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바다이야기가 심의 과정에서는 정상적인 기기를 제출하고 실제 유통할 때는 기기를 개ㆍ변조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피했다고 설명한다.

공 전 위원은 "결국 심의 과정에서는 법적 문제점을 찾기 힘들었지만 현장의 개ㆍ변조가 문제였다"라며 "영등위로서는 심의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에 이용불가 판정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서도 바다이야기 등에 대한 단속을 활발히 벌였으나 기술적 전문성 부족 등으로 프로그램 변조를 잡아내기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바다이야기 등이 당첨금이 연속으로 배출돼 한 번에 최대 300만원까지 딸 수 있는 '연타', 대박 예고 그림이 나오는 '예시' 등의 불법 기능을 개ㆍ변조로 추가해 강력한 도박성ㆍ중독성 게임으로 탈바꿈하면서 심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것.

◇외압ㆍ로비 없었나 = 최근 유진룡 문화부 차관 사임 논란 등과 결부시켜 바다이야기 관련 권력 외압설 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영등위 관계자 등은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첫 버전 심의를 맡았던 권장희 당시 소위원회 의장은 "그때는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기보다 사행성이 높다거나 다른 특별한 점이 없어 이후 크게 히트하리라는 예상을 문화부나 영등위 어디서도 하지 못했다"며 "문화부나 어디에서도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요청이나 청탁, 압력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부가 2004년 2∼5월 다섯 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 재심의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바다이야기의 심의가 영등위에 접수된 것은 그해 11월이어서 일단 문화부 요청이 바다이야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위원회 의장 조씨 뇌물수수 사건 등을 들어 거론되는 업체 등의 로비 가능성에 대해서도 영등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2005년 상반기 해당 소위원회에 참여했던 당시 한 위원은 "조씨 사건 당시 비리 요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구성원이 전원 물갈이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런 요소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영등위 심의를 포함해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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