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공화국 의혹의 바다
‘바다…’ 유통회사가 판매중인 ‘트리플크라운’
뒤늦게 항의받자 솜방망이 처벌 뒤 사건 덮어
‘바다…’ 유통회사가 판매중인 ‘트리플크라운’
뒤늦게 항의받자 솜방망이 처벌 뒤 사건 덮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바다이야기’를 허용하기 이전인 지난 2003년에도 바다이야기 제조업자의 스크린경마게임을 심의하지도 않고 심의가 난 것처럼 영등위 사이트에 거짓 공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업체 쪽은 이를 곧바로 코스닥 공시자료로 활용했으며, 영등위는 거짓 공시 사실이 드러나자 관련 직원을 견책하는 선에서 사건을 서둘러 덮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 2003년 7월10일 열린 영등위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영등위는 같은 해 6월30일 스크린경마게임 ‘트리플크라운 51인용’이 ‘18세 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것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어 게임제조업체 ‘탑젠’은 영등위 홈페이지에 거짓 게시된 내용을 이용해 곧바로 해당 게임이 심의를 통과한 것처럼 코스닥에 공시했다. 그러나 이 게임물은 6월24일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고, 6월27일 재접수한 상태였으며 영등위 홈페이지 게재 때는 심의 대상 목록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취재진의 확인결과 제조업체 ‘탑젠’은 ‘바다이야기’를 개발·판매한 차아무개(36·구속)씨와 최아무개(35·구속)씨가 일했던 곳이었다. 차씨 등은 이 업체가 망하자, 독립해 바다이야기를 개발·판매한 ‘에이원비즈’를 차렸고 ‘트리플크라운’ 판매를 계속했다. 또 차씨는 스크린경마게임인 ‘트리플크라운 51인용’을 팔면서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탈세)로 유죄선고를 받기도 했다.
탑젠의 코스닥 공시 뒤 다른 업체의 항의로 뒤늦게 거짓 공시 사실이 드러나자, 영등위는 담당자인 최아무개씨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었으나 최씨를 직무태만으로 ‘견책’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인사위원회에선 수사의뢰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영등위는 끝내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한 영등위원은 “담당자가 저지른 실수가 단순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업자와의 연관성 문제는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에 의뢰해서 밝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문제이고 여기서 가릴 수도 없다”며 수사의뢰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수사의뢰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되레 “(문제가) 일찍 발견돼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수습이 됐다는 것에 안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발언들이 기록돼 있다.
이어 또 다른 위원은 “담당자의 과오는 크지만 견책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아무개 당시 사무국장은 “사무국 직원의 사기 등도 고려해 최소한의 징계를 했으면 한다”며 업체와 유착 의혹 해소보다는 직원 감싸기에 골몰했다.
영등위는 지난 3월에도 소속 공익요원이 성인오락기 제조업체로부터 심의와 관련해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수사의뢰를 하기는커녕 조직적으로 은폐하며 해당 공익요원을 전출시킨 바 있다. 또 지난 7월에도 ㅎ아무개 부장이 성인오락기 심의 브로커에게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당사자에게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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