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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조원 ‘게임 아이템 시장’, 법규정 없이 급팽창

등록 2006-09-27 18:56수정 2006-09-28 10:33

온라인게임 리니지Ⅱ에 나오는 휴먼종족의 남자마법사 캐릭터와 아이템 마법스태프. 엔씨소프트 제공
온라인게임 리니지Ⅱ에 나오는 휴먼종족의 남자마법사 캐릭터와 아이템 마법스태프. 엔씨소프트 제공
아이템·계정 사고팔기 ‘브레이크없는 질주’
개인정보 유출도 심각
#1. 회사원 김도형씨는 최근 게임 아이템을 중개사이트에서 150만원에 샀다. 온라인게임 ‘알에프(RF)온라인’의 캐릭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존세트를 구입했다.

#2. 회사원 이진씨는 매일 2~3시간씩 온라인게임 ‘와우(WOW)’를 한다. 게임도 즐기지만 매주 게임머니인 골드를 팔아 3만~5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아이템 시장이 1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전문 중개사이트도 수백개에 이른다. 1위 기업인 아이템베이는 지난해 3천억원의 거래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3500억~36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게임산업이 고속 성장하면서 주변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게임 아이디 자체를 사고파는 암시장이 형성되고 일부 게임이 사행성 도박으로 변질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번져가고 있다. 관련 법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템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각종 범죄에 휘말리는 사례가 사회문제화됐던 것이 바로 한두 해 전의 일인데도 별다른 대책 없이 거래 활성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등 주요 사이트를 살펴보면 100만원이 넘는 아이템이 널려 있다. 최근에는 게임머니, 게임계정까지 거래된다. 게임머니는 아덴(리니지), 크론(로한), 골드(와우), 실버(아르2) 등의 단위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팔린다. 이런 거래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들은 게임 아이템, 머니 등을 수집하기 위해 전문 작업장까지 만들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게임 계정을 사고팔 때는 아이디,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주민번호까지 넘기기 때문이다. 회사원 전준엽(29)씨는 “최근 15만원에 게임 캐릭터를 통째로 팔았다”며 “주민번호까지 알려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의 머니도 거래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가 거래를 막고, 게임산업협회가 중개사이트를 고발하는 등 거래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게임 자체가 사행성이 강한데다 환전까지 가능해 사실상 도박과 같다. 그 결과 게임산업이 본업인 게임 자체보다 주변 시장이 더 커지는 기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아이템거래 시장규모
국내 아이템거래 시장규모

최근에는 외국 자본까지 들어와 게임 중개사이트를 인수하기 위한 입질을 하고 있다. 최대 아이템 중개사이트인 아이템베이 관계자는 “현재 아이지이닷컴(ige.com)과 인수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템베이가 외국계에 넘어갈 경우 규제와 단속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손을 떠나게 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최근 벌인 법률 조사를 통해 아이템 거래업체가 외국으로 넘어가고 서버까지 외국에 둔다면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관광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를 규제할 것인지 활성화시킬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연말까지 방향만이라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 아이템 거래는 실력에 따라 캐릭터가 커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들인 아이템으로 파워를 키우는 꼴이 돼 게임의 재미와 수명을 단축시킨다”며 “관련 법이 마련돼 게임산업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흠 성신여대 교수(법학)도 “아이템 거래는 활성화될수록 사행성을 띨 수밖에 없다”며 “게임업체 역시 아이템에 의존하지 말고 게임의 재미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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