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체불자 13억대 집·땅 공매…9억여원에 낙찰
“건강보험료 냈으니, 제발 집만은 돌려주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시가 13억~14억원짜리 집과 땅을 갖고 있는 유아무개(61)씨는 1997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여러 차례 독촉장을 보내고 2001년에는 유씨 집의 대지를 압류했지만, 유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공단은 지난해 7월 집까지 압류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땅과 집을 공매에 넘겼다. 유씨의 집과 땅은 이달 초 9억6천여만원에 김아무개씨에게 낙찰됐다.
지난 15일 김씨가 찾아오자 유씨는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그날 곧바로 연체됐던 보험료 등 1100여만원을 납부했다. 유씨는 또 다음날 자산관리공사와 보험공단을 찾아가 매각 결정의 취소를 호소했으나, “이미 늦었다”는 말만 들었다.
유씨는 “매각 결정이 통지된 뒤라도 매수 대금을 납부하기 전에 밀린 세금을 냈다면 매각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며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 공매에서 이미 새 주인이 정해진 만큼 낙찰가와 시가의 차액인 4억여원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9월 국정감사 자료에서 프로스포츠 선수, 탤런트, 변호사 등 고액 체납자 50명의 평균 보험료 체납액이 165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연평균 1억4천여만원을 벌어들이고, 10억여원의 건물과 토지를 갖고 있었다. 보험료를 석달 이상 내지 않은 가구는 지난 4월 200만 가구를 넘어섰고, 체납액은 1조3천억원대에 이르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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