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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서] ‘입맛’따라 재단한 ‘동학과 조병갑’

등록 2006-12-11 19:38

고명섭 기자
고명섭 기자
정남기 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이 11일 <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조병갑의 증손녀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누구의 증손녀라는 것보다 현재 살아가는 모습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족회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월간조선>의 지난 11월호,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의 증손녀’라는 제목의 보도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연좌제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한 “(조 전 수석은) 할아버지와 반대되는 길을 걸은 평소 행동으로 보아 충분히 동학농민군의 우군이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누구의 후손이냐 아니냐보다 오늘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의 발언에는 ‘조병갑-조기숙 논란’에서 빚어진 ‘양쪽의 과도함’들을 정리하는 의미가 담겼다. 이 문제는 조 전 수석이 조병갑의 증손녀라는 사실과 함께, 귀양 갔던 조병갑이 대한제국 고등재판부 판사로 복직해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월간조선>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앞장선 지식인이자 ‘친일청산’ 등 역사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청와대의 핵심 브레인 출신에게 <월간조선>이 연좌제 성격의 기사로 한방 먹인 꼴이었다.

그런데 조 전 수석도 문제를 일으켰다. 그는 <월간조선> 기사가 나가자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조병갑이) 재판을 받고 귀양을 간 것이 아니라 무죄 선고를 받았다”며 증조부를 감쌌다. 편지가 알려지자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느냐”라고 조 전 수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던 끝에 조 전 수석은 지난 9일 동학혁명 유족회 행사 참석을 허락받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논란은 그럭저럭 정리될 것도 같다. 입맛에 맞춰 역사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일은 줄었으면 좋겠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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