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탈세혐의 구속 세금냈다 이유로 바로 풀어줘
회삿돈 횡령과 세금 탈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건설사주가 “세금을 냈다”는 이유로 같은 재판부에 의해 보름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득환)는 회삿돈 45억여원을 횡령하고 세금 11억여원을 탈루한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던 최종윤(58) 우리종합건설 회장을 지난 29일 보석으로 풀어줬다고 31일 밝혔다. 이 재판부는 지난 12일 최 회장의 횡령과 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구속 뒤 세금을 납부했고, 우리종합건설은 사실상 최 회장의 ‘1인 회사’이기 때문에 횡령 혐의는 처벌 정도가 낮다”며 보석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1심 선고 당시 이 재판부는, 최 회장이 탈세와 횡령 외에도 검찰 수사를 받는 중 비자금 조성에 협조했던 하도급 업체 대표와 접촉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등을 유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보통 1심에서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은 2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재판부에서 보석 여부를 심리하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구속과 처벌을 동일시하면 안 되고 불구속 재판 원칙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1심에서 법정구속한 뒤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바로 그 재판부에서 피고인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해 검찰과 ‘영장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기준에서 구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구속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수사가 시작된 뒤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변호사로 선임했고, 변 전 원장이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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