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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서] 미술 거장 마그리트가 논술강사?

등록 2007-02-01 21:07수정 2007-02-02 00:51

노형석 기자
노형석 기자
“왜 새가 나뭇잎이 됐을까?” “발로 변한 신발이 원하는 건 뭘까요?”

요즘 서울 시립미술관 지하 강의실에서는 이런 이상한 수업이 자주 열린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미술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4월1일까지)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강사가 초중교생들과 묻고 답한다. 미술관이 강남 사설 논술학원과 함께 기획한 사고력 개발 특강 풍경이다.

강사는 강의 뒤 구름을 담은 잔, 발가락 달린 구두 등 전시실의 초현실적인 도상들 앞에서 다시 설명한다. “마그리트는 새와 나무를 연결시켰어요. 중첩이라는 거예요.” 교사와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 표정은 진지함을 넘어 절박하기까지 하다. 초교 6년생 아들을 데려왔다는 학부모 강민용(38)씨는 “명화 보고 사고력도 기르고 일석이조”라고 했다.

일주일에 4일, 하루 2번씩 하는 강의는 지난 9일 개설 이래, 수강자 1600명을 넘었다. 3월말까지 예약도 다찼다. 학부모 성화에 주최쪽은 오전 11시 강좌를 추가했다.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바람이 불었다고도 한다. 그 비결은? 미술관 강좌홍보물 서두에는 마그리트 그림이 2003년 연세대 논술시험, 2004년 수능시험에 출제됐다고 나와있다. 사물의 배치나 크기가 뒤바뀌는 대가의 초현실 그림 감상이 논술시험의 무기인 창의적 사고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붙었다. 지난달 중순 몇몇 방송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학부모 등의 관객이 10만 이상 불었다.

홍보기획자 전유신 대리는 “다른 전시와 달리 관객 상당수가 전시보다 교육에 더욱 집착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땅의 교육열은 자유 상상력을 촉발한 명화들도 입시 준비의 길잡이로 변신시키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기획자 이섭씨는 “예술품 감상의 미덕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해석인데, 마그리트 전은 전시교육이 오히려 그런 미덕을 묻는 획일적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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