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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열등생 눈흘김에 따돌림 ‘시름겨운 2세 교육’

등록 2007-02-12 19:49수정 2007-02-12 23:51

지난해 11월 나주 결혼이주자지원센터가 연 가족관계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결혼이주자들이 아기들을 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나라 출신인 이들 결혼이주자들은 아이들 교육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아이들이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게 될까 우려했다.  임종진 사진자유기고가
지난해 11월 나주 결혼이주자지원센터가 연 가족관계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결혼이주자들이 아기들을 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나라 출신인 이들 결혼이주자들은 아이들 교육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아이들이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게 될까 우려했다. 임종진 사진자유기고가
국제결혼 이주자 다문화사회 디딤돌로 ④ 우리 아이는 바보가 아니다
김갑성 오정초등학교 교사가 한국 내 다문화 가정 실태를 조사한 바로는, 결혼이주자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은 것은 자신들의 사회적응 문제나 언어 문제가 아니라 자녀 교육 문제였다. 12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임옥씨도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소망이의 교육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임씨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선생님을 찾아가 아이를 부탁한다. 학업이 뒤떨어지거나 혹시라도 차별을 받을까봐서다. “우리 아이가 비뚤어지면, 그것은 나와 내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코시안·온누리안 등 ‘특별대우’ 이름 거부감
숙제 봐주기 고통속 사교육비 부담 ‘애간장’

결혼이주자들이 겪는 교육 문제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도네시아에서 대만으로 시집온 한 여성은 “우리 외국인 엄마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50점짜리밖에 안 된다. 우리도 열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고 어떻게 애를 잘 돌보고 가르칠 수 있을까 하고 남보다 더 고민한다. 그러나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모든 게 내 탓인 양 시부모들이 몰아붙인다. 마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아이도 키우지 못하는 것처럼…”이라고 한탄한다.

아이를 키우며 사용하는 언어와 관련해 남편이나 시가 식구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난해 첫아이를 낳은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레티항은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 자신이 베트남말로 어르는 것을 본 시부모가 아이의 한국말 습득이 늦어진다고 못하게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며 크기를 바라지만 내가 나고 자란 베트남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지 않나요?”

아이의 정체성 문제는 두고두고 갈등 요소가 된다. 베트남에서 대만으로 시집와 두 아이를 둔 린진후이씨는 “아이가 커가면서 도대체 나는 어디 사람인가, 대만 사람인가 베트남 사람인가라고 물을 때마다 당황했다”고 말한다. 한국 일부에서는 한국인과 동남아인 사이의 혼혈인을 코시안 또는 온누리안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을 만든 쪽은 분명 선의로 시작했지만, 다문화 가정에선 그들의 자녀를 이런 특별한 용어로 구분짓는 것에 저항감이 크다.

“본인은 국제결혼 당사자로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가 코시안 또는 온누리안으로 불리는 상황에 비통해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태어날 나의 자식은 한국인일 뿐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런 구별이 집단 따돌림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결혼이주자 실태조사에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가운데 17.6%가 집단따돌림의 대상이 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화적 갈등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 역시 아이들 교육을 힘겹게 만드는 요소다. 결혼이주자 가정은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가 50%를 넘을 정도로 사회경제적 형편은 낮은 편에 속한다. 결혼이주자가 자녀 양육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도 사교육비 및 양육비용 문제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사람이 전체의 27.3%로 전국 평균인 56.8%보다 훨씬 낮은 것도 돈 때문이다. 양육비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취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가 28%나 되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는 게 현실이다.


고학년이 된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일도 보통 큰 고통이 아니다. 결혼이주자 실태조사를 보면, ‘전혀 숙제를 돌봐줄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 이르렀다. 나름대로 돌봐준다 하더라도 충분하지 못해 항상 불안해한다.

“나도 나름대로 한국말을 배웠고, 필리핀에선 전문대까지 나왔지만, 아이 숙제를 봐주기는 힘겹다. 지금은 아직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되니 그런대로 할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떡할지 막막하다.” 아우렐리오 에스트라다는 대학생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사회가 자신의 아이들을 열등한 사람인 양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대다수 이주여성들은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오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어리석지 않고 총명하다. 그러니 이 아이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라. 이것이 내가 대만 사회에 던지고 싶은 마음의 말이다”라는 린진후이씨의 발언은 취재에 응한 다른 이주여성들에게서도 되풀이 들을 수 있었다.

타이베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한국 정부 대책은

‘글로벌 인재육성’ 아직은 구호성
실제 학업능력 조사 없이 ‘방과후 학교’…역기능 우려

지난해 9월 현재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자녀는 8000명 가량이고, 그 가운데 초등학생은 6000여명 정도다. 국제결혼의 급증으로 다문화 가정에서 출생하는 아이의 수는 해마다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5월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지원대책을 수립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소외되지 않게 해서 글로벌 인적자원으로 키운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교과서의 문화적 배타성을 완화하고 교육과정에 다문화 요소를 반영하는 등 다문화 교육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방과후 교육 개설 등 학교에서의 지원방안을 세우며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는 것 등이 대책으로 나왔다.

얼핏 보면 가능한 모든 대책이 망라된 듯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없지 않다. 학생들의 수업지체를 막기 위한 방과후 학교 개설의 경우를 보면, 그 역기능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송선진 사무관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실제 학업능력에 대한 비교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검사가 전수조사가 아니어서 이들을 따로 떼어내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부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이어서, 공식적으로 이를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샤샤오쥐안 대만 스신대학 교수는 “제대로 된 연구 없이 다문화 가정 자녀만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육을 부과하는 것은 그들에게 열등한 존재라는 표지를 부과하는 일로, 자칫 인종품질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경계했다. 따라서 방과후 교실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보다 더 나은 것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나 사회적 일자리와 연결시킨 대학생 도우미들의 가정방문 교육이라고 샤 교수는 지적한다.

글로벌 인적자원으로 키운다는 목표 역시 그를 실현한 구체적 정책은 아직 모색단계에 머문다. 이중언어 교육을 목표로 내걸긴 했지만, 현재 한국으로 오는 이주여성들의 나라 언어를 전공하는 사람이 적어 필요한 지원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송 사무관은 설명한다.

권태선 순회특파원


대만 다문화가정 자녀 학업능력
대만 다문화가정 자녀 학업능력

대만에서는

대학생 활용, 학습·생활 도우미로
공립유치원 우선 배정…다큐 제작등 편견 해소 힘쏟아

대만의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프로그램도 이제 시작단계다. 대만 사회에 외국인 결혼이주여성이 늘기 시작한 게 80년대 후반부터인 점을 감안하면 늦은 편이다.

2006년 6월 현재 다문화가정 출신 취학자 수는 유치원 2만여명을 포함해 모두 7만여명 가량이다. 대만 정부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결혼이주자와 그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약 3억2500만위안(약97억5천만원)을 투입했다.

가장 중요한 정책은 공립유치원에 다문화 가정 2세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초·중등학교에서 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대체로 일반 학생과 함께 편성하고, 언어의 경우엔 다문화 가정 2세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 교육부 통계처가 결혼이주자 2세 가운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6년 8월 발간한 ‘학습 및 생활조사보고서’를 보면, 저학년 단계에선 일부학생들이 언어와 수학 과목에서 일반 학생들보다 뒤처졌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차이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다문화가정 2세라 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여건의 차이에 따라 학습을 따라가는 데 차이가 큰 것으로 보고됐다.

방과후 교육 이외에 대만 정부는 다문화 가정 2세들의 학습과 생활을 돕는 대학생 도우미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2003년에 400명의 대학생 도우미를 확보해 5000여명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성과가 좋아 2004년엔 이를 3배 이상 늘려 1만6천여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다문화가정의 접촉면을 늘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대만 시신대학 샤샤오춘 교수는 지적한다. 대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접촉을 통해 문화적 편견을 없애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일반인들의 다문화가정과 그 2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동남아 문화 이해를 돕기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과 소개 책자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동남아 연구가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한다. 대만 사회교육사 류이촨 사장은 동남아 문화를 좀더 체계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난터우의 제난대학을 동남아 특화대학으로 지정해 각종 소개 책자들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권태선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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