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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카지노, 예술계 선택한 변호사…현실은 법보다 냉혹

등록 2007-03-16 19:13수정 2007-03-16 20:32

3명의 변호사가 살아온 길
3명의 변호사가 살아온 길
사시1천명, 남다른 길 선택한 변호사3인의 1년
“사법연수원 다닐 때는 내가 큰 힘을 가진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군요.”

금속연맹 법률원의 조수진(30·가운데 사진) 변호사가 눈물을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께부터다. 경기 평택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동안 법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2005년 10월 금속연맹에 가입해 노조를 만든 뒤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교섭은커녕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어용’ 노조를 급조해 한국노총에 가입시켰다. 법원이 지난해 5월 금속노조가 낸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회사가 단체교섭을 이행하지 않을 땐 하루 3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이행강제금도 부과했지만, 회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복잡한 민사재판 절차도 노동자 편이 아니었다. 법원 결정문을 들이댔음에도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았다. 강제로 돈을 받아내려면 또다른 법원의 결정이 필요했다. 지친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사법연수원에선 법이 완전함을 전제로 기계적으로 공부했는데, 요즘은 ‘법은 완성시켜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울과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상과 달리, 조 변호사는 마음 속에 망치와 법전을 품고 노련한 ‘법 기술자’들과 싸운다.

이병창(44·위쪽 사진) 변호사는 지난해 사법연수원 동기 5명과 함께 ‘문화예술 전문사무소’를 목표로 한 합동법률사무소를 만들었다. 그는 법대생이었지만, 노동운동으로 구속되는 등 오랜 기간 ‘외도’를 했다. 출소 뒤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고, 결국 미대에 편입했다.

미대를 졸업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국내 최초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화가가 됐다. 이 변호사는 화가들이 작업 계약이나 작품 판매를 구두 계약에 의존하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 것에 착안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 1년 동안 문화예술 관련 소송 대신 일반 민사소송을 닥치는 대로 수임했다. ‘밥벌이’ 때문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화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사무소를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뒤, 일반 소송을 줄이는 대신 문화예술 사건을 전담할 문화팀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문화예술인을 위한 법률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으로 꿈을 실천하고 있다.

임헌규 변호사(37·아래쪽 사진)는 지난해 “노는 게 좋아서” 강원랜드에 취업했다. 대학 때부터 ‘재미있게 노는 법’에 관심이 많은 그였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고객이 “게임의 룰에 문제가 있다”며 낸 소송 등 지난 1년간 맡았던 사건은, 연수원 시절에는 전혀 접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지난해 1월17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5기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17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5기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변호사의 고민은 엉뚱한 데서 왔다. 검찰이 지난해 성인오락기 ‘바다 이야기’ 수사를 크게 벌인 탓에 도박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다. 임 변호사는 “강원랜드에는 휴양하러 왔다 가볍게 카지노를 하는 고객이 대부분인데, 카지노를 ‘도박 중독’으로 여기는 인식이 검찰 수사 때문에 더욱 심해져 마음고생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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