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국 기자
현장에서
“기자님, 학교 가기가 무섭습니다.”
지난 23일치에 실린 인천전문대 무도경호과의 ‘성희롱성’ 신입생 환영회 기사 뒤 제보한 학생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그는 “선배들이 벼르고 있다”며 신변위협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기자도 학생들의 항의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곤욕을 치렀다. 그 가운데는 섬뜩한 위협도 있었다. 항의 내용은 대부분 “왜 작년 사진을 가지고 기사화했느냐. 올해는 그러지 않았다. 본인들이 괜찮다는데 무슨 성희롱이냐”는 것이었다. 26일 통화에서 문대성 무도경호과 학과장은 “학생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단순한 여흥이었는데 너무 확대해서 기사가 나갔다”고 말했다.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자 26일 저녁 과 학생회장은 학교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학교 차원의 공식 사과와 대책 마련은 전혀 없다. <한겨레>가 대학 신입생 폭력신고식 기사를 3주 넘게 다루면서 여러 대학·학과의 사례를 보도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공식 사과 성명을 낸 곳은 전북대가 유일하다. 오히려 당사자 일부는 “관행인데 기사가 과장됐다”는 항의와 변명으로 기사에 줄줄이 댓글을 달았다. 잇따른 고발에도 아랑곳없이 신입생 폭력이 이어지는 풍토에는 당사자들의 자성 대신 침묵과 변명이 있었다. 하지만 다수가 ‘잘못된 것 없다’고 강변하는 그 자리에서 일부 학생들은 수모와 굴욕감을 참지 못해 고발과 자퇴를 선택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위계질서가 분명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에 있어 본인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학교와 학생 모두 폭력행위에 대한 기본적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연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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