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낑낑백서 (20)] 둘째 꿈도 못 꿔요
“둘째요? 하나라도 잘 키울지 걱정”
양육비 생각하면 엄두 못내 직장서도 승진 등 불이익 걱정
양육비 생각하면 엄두 못내 직장서도 승진 등 불이익 걱정
지난해 3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자리에서 한 주부로부터 “(대통령이) 여자라면 셋째 낳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딸에게 낳으라고 했어요”라고 ‘꽤 재치있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켜본 한 누리꾼은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 딸이니까 낳겠지.” 육아의 어려움 탓에 둘째를 낳는 데는 그만큼 특별한 ‘신분’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안은숙(33·서울 성북구)씨는 둘째를 낳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딸(3)을 낳으면서 공연기획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해왔는데 둘째까지 낳으면 아예 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다. 첫째 아이를 친정부모님께 맡겨 키우는데도 육아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 둘째 양육비까지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안씨는 “시부모님이 둘째 얘기를 꺼내시면 남편이 ‘안된다’고 얘기한다”며 “육아비나 교육비를 생각하면 하나라도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34·공무원)씨는 친정 부모님께 아들을 맡겨 키우고 있는 데다 승진을 앞두고 있어 둘째 출산계획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정부는 출산을 권장하지만 둘째가 생기면 승진에 불이익이 오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육아휴직수당을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는 등 관련 예산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출산을 늘리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만 2살 이하 둘째 아이에게 월 22만원, 부산시는 1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한다.
이런 대책에 대해 부모들은 “반짝 지원이 둘째 아이에 대한 육아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0년에 견줘 2005년 출생아 가운데 첫째 아이는 24.9% 줄어들었고 둘째 아이는 37.5%나 감소했다.<끝>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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